민화에 현대의 이야기를 담다
민화에 현대의 이야기를 담다
  • 이다빈 기자
  • 승인 2021.05.23
  • 호수 1531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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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나 화가


전통적인 민화에 현대적인 감성을 담아내는 장르인 ‘모던민화’를 개척한 서하나 화가. 그녀는 본교 영상디자인학과 졸업 후 전공과 관련된 영상 디자이너로도 일했지만, 영상 작업보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회화 작업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 서 화가는 옛 민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감상하는 현대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민화에 현대적인 요소를 더해 작품을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중이 민화에 관심을 갖고 직접 참여해볼 수 있도록 서 화가는 모던민화와 관련해 도서를 출간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작품에 다채로운 세상의 빛깔을 그려가는 서 화가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화가의 꿈을 키웠던 어린 소녀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녀가 기억하는 최초의 장래희망은 화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학교 앞에서 나눠주던 미술학원 전단지를 보고 미술학원에 처음 가게 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연필도 주는데 한 번 가볼까?’ 해서 갔던 게 입시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어요.” 입시를 준비하던 때에 영화도 좋아했던 그녀는 우리 학교 영상디자인학과에 호기심을 갖고 진학하게 된다.

“영상디자인학과에선 미술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초 디자인 등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런 것들은 지금 그림 작업을 하는데도 적용이 되고, 글을 쓰는데도 적용이 될 수 있기에 교양을 쌓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또한, 그녀는 영상 제작 과제를 독창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대학생 때 영상 제작 과제를 재밌게 했었는데, 한국적인 요소들을 좋아하다 보니 영상과 민화를 결합해 만들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이후 그녀는 고민 끝에 인사동의 화실에서 민화를 배우게 된다. “민화를 처음 배울 땐 이것을 따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업이 어렵지 않고 재밌게 다가와 배운 내용을 영상 작업에 활용했었죠.” 

졸업 후 그녀는 전공을 살려 영상 디자이너로도 일했지만 업무의 속도 때문에 곧 어려움에 직면했다. “업무 자체는 재밌었지만, 의뢰인의 요구와 최신 동향에 발맞춰 영상의 디자인을 ‘빠르게’ 완성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이 컸어요.” 그렇게 서 화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작품에 작가의 생각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회화 위주의 전업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민화에 현대와 자신이란 색을 더하다
원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 서 화가지만, 이것이 가능하기까지 지나온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처음엔 저의 창작물이 거의 없고, 기존 작품을 보고 베껴 그린 그림이 많았어요. 제가 보낸 포트폴리오를 보고 한 갤러리에서 연락이 왔어요. 단순한 모사를 피하라는 갤러리 대표님의 단호한 말씀이 큰 도움이 됐어요.” “베껴서 잘 나온 그림에 도취해서 발전 없이 같은 수준에 머무를 수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내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렇게 그녀는 오롯이 그녀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작품들을 통칭할 수 있는 이름을 고민했다. “민화에 현대적인 요소들을 첨가해 그렸기 때문에 ‘모던민화’란 이름을 붙였어요.” 서 화가는 그렇게 모던민화의 세계에 빠져 ‘모던민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옛 그림을 답습하는 것에선 큰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계속되는 복제는 예술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저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자 했어요.” 

그녀는 민화가 때론 익숙하기도,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만 친근한 느낌이 주는 시각적인 매력이 크다고 말한다. “옛날 민화들을 보면 그림 속 요소들에 모두 의미가 있어요. 예를 들어 석류는 알이 많아서 다산을 기원하죠. 이렇게 다양한 요소가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민화가 매력적인 이유라 생각해요.” 

서 화가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모던민화 수업을 진행하며 많은 이들이 민화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수강생들 모두 처음엔 재밌게 수업을 듣다가 창작 숙제를 받을 때면 무척 어려워해요. 그런데 그 과정을 잘 버티고 본인만의 특색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볼 때 보람이 있어요.” 민화 수업과 함께 그녀는 책 「모던민화 수업」 등을 출간하며 독자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내길 독려한다. “그림을 배울 때면 무엇인가를 따라 그리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게 돼요.” 이렇듯 서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 많은 독자들이 그것을 느끼길 바란다고 한다.
 

▲ 서 화가의 작품 중 하나인「사물들」이다. 작품엔 조선시대「책가도」가 가진 구조적 조형미와 그녀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녀는 머릿속을 떠다니던 아이디어를 한지 위에 그리는 작업을 위해 다양한 배색과 색감에 대해 고민한다.


오래도록 붓과 함께
매일의 작업에 충실한다는 서 화가는 차곡차곡 작품을 쌓아가고 있다. “10년 뒤의 제가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10년 뒤, 20년 뒤에도 아무 탈 없이 붓을 들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재에 충실해 작업하다 보면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도  그 흐름에 따른 작업물들이 나오리라 생각해요.” 

아울러 서 화가는 학생들에게 능동적인 태도로 도전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할까 말까 고민이 있을 때 스스로 해답을 찾고자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남이 대신 살아 주는 인생이 아니기에 스스로를 개발하고 탐색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치고 도전할 줄 알아야 해요.”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준비된 자에게 온다. 그녀와 함께 우리도 각자의 ‘삶’이란 그림을 그려나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는 건 어떨까.

▲ 서 화가의 작품 중 하나인「사물들」이다. 작품엔 조선시대「책가도」가 가진 구조적 조형미와 그녀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녀는 머릿속을 떠다니던 아이디어를 한지 위에 그리는 작업을 위해 다양한 배색과 색감에 대해 고민한다.


도움: 김유선 수습기자 afa0821@hanyang.ac.kr
이휘경 수습기자 socialer@hanyang.ac.kr
사진 제공: 서하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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