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안산을 지키고, 아들은 서울을 누빈다
아버지는 안산을 지키고, 아들은 서울을 누빈다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6.10.02
  • 호수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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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안의 한 가족 이야기 - 배우근·배연욱 부자와의 만남

편집자주>
흔히들 얘기한다. 부모를 닮아가는 자식은 많지만 부모를 따라가는 자식은 별로 없다고. 하지만 그런 얘기들은 여기 배우근<공학대·건설환경시스템>교수와 배연욱<공대·토목 03>군에게는 예외일 듯싶다. 비록 같은 곳은 아니지만, 한양대라는 이름 아래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두 부자를 만나봤다.

“아들이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성공한 아버지”
배우근 교수는 우리학교 안산배움터 공학대의 건설환경시스템공학과의 교수다. 배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6년에 한양대 교수로 오게 됐다. 아들인 배연욱 군은 현재 서울배움터 공대 토목과에 재학 중이다. 아버지는 안산을 지키고, 아들은 서울을 누빈다고 할 수 있다.
“연욱이가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부터 대학 진학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얘기했어요. 연욱이 본인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생각이 분명했고 의사 표시도 확실히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리에 앉혀놓고 ‘너 뭐할래?’라는 식으로 물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연욱이가 내 틀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연예인들도 더러 비슷한 경우가 있지만 그거와는 좀 다른 것 같다고. 공부하는 직업은 상당히 힘든 직업이고, 아들과 함께 고생길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녀관계는 연욱 군과 여동생이 있는데, 여동생은 다행히(?)도 미술을 좋아해서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설계중이라고.
“여동생도 같은 전공 쪽으로 진로를 생각했다면 더 큰 취재거리가 되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은 기자 분들께 좀 아쉽네요(웃음). 아들이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연욱이가 나에게 얽매여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지 못할까봐요. 그래서 환경공학을 공부하더라도 나와는 좀 다름 분야를 다뤘으면 좋겠습니다”
“청출어람이라....아들이 그랬으면 좋겠네요”
배 교수는 연욱 군이 한양대에 들어오게 돼서 많이 기뻤다고. 한양대가 공대 쪽으로는 굉장히 알려진 대학이라 잘됐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4년 동안 등록금을 안내도 된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단다. 현재는 연욱 군이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고 있어 자주는 못 본다고. 하지만 주말마다 집에 오기 때문에 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고,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팔불출 같은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아들을 믿고 있습니다. 너무 부담감 갖지 말고 자기의 삶을 느긋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자동적으로 나보다는 훨씬 잘할 수 있을 겁니다. 강박관념이나 조급함을 갖지 않았으면 해요. 연욱이 성격 상, 그런 것이 좀 걱정이 되네요. 평소에 연욱이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어떤 생각을 가진 배우자를 원하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지금 여자 친구가 있는지도 꼭 좀 물어봐 주세요(웃음)”  

“아버지를 보고 어릴 때부터 꿈을 키웠죠”
배연욱 군은 현재 졸업을 앞두고 있는 4학년이다. 연욱 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는 베란다를 실험실 대용으로 사용하셨다고. 아버지를 보고 어렸을 적부터 환경을 깨끗이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단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확실하게 나의 진로는 환경공학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아버지의 길을 뒤따르기로 결정했다.
“대부분 아버지의 길을 잘 걷지 않으려고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아버지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자부심일수도, 자만일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전공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고민상담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아버지에게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욱 군은 서울대에 떨어진 상태에서 한양대를 가느냐, 연세대를 가느냐 고민했었다. 하지만 학교 졸업 후에 한양대 출신들이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한양대에 계셔서 결국 한양대에 오게 됐다. 합격했을 때 아버지는 별로 내색하지 않으셨다고.
“그래도 속으로는 저한테 고마워하셨던 것 같아요(웃음). 1학년 때는 아버지에게 누가 될까봐 스스로 억제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버지를 위해 내가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남들 1학년 때 다 해보는 걸 많이 못해봐서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네요.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옛날처럼 다시 좀 더 가깝게, 친근하게 지냈으면”
어렸을 때는 아버지와 정감 있게 지내는 적이 많았다고. 하지만 요즘 들어 그런 기회가 많이 줄어들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연욱 군 자신도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부모님께 정감 있게 다가가지 못하는 편이고 아버지도 평소에는 말이 별로 없으시단다. 아버지가 아들의 이성 친구에 대해서 궁금해 하신다고 하자, 연욱 군은 놀라는 눈치였다.(배 교수를 지난 달 28일에, 배연욱 군은 지난 달 29일에 인터뷰를 했다.)
“아버지가 그래요? 평소에는 전혀 관심을 안가지고 계신 줄 알았어요(웃음). 제가 좀 어리버리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요. 취미도 독특하구요. 이상형은 취미가 비슷하고 성실한 친구였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사귀는 건 아니지만 깊이 만나고 있는 친구는 있습니다. 이상형과는 180도 다른 친구지만, 이미 고백도 했고 결정은 뒤로 미뤄진 상태예요. 지금은 친구 사이지만 나중에라도 마음이 바뀌게 되면 사귀기로 했습니다”

정리 장형수 기자, 사진 강동오 ·  신현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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