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학생회, 활기를 되찾아야 할 때
무너지는 학생회, 활기를 되찾아야 할 때
  • 맹양섭 기자
  • 승인 2021.05.09
  • 호수 1530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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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주요 구성원은 △교수 △직원 △학생이다. 교수의 생각을 모으는 곳은 교수평의원회이며, 직원의 의견은 노동조합을 통해 전해진다. 그리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아 대변하는 곳은 명실상부 바로 학생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학생회는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본지는 본지를 포함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이하 서언회) 소속 8개 학보사와 특별기획위원회를 구성해 ‘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도’를 조사해봤다.

위기의 학생회를 돌아보다
학생회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캠퍼스에선 총학생회 공백이 4년 동안 이어졌다. ERICA캠퍼스의 경우 4년 동안 꾸준히 총학생회를 유지해왔지만, 정족수 1/2 미달로 선거 마감일이 하루 연장된 끝에 겨우 총학이 당선된 적도 있다.

이처럼 학생회가 위기의 늪에 빠진 건 청년 취업난 문제와 함께 학생들이 맞닥뜨린 사회 현실 때문이다. 어학 점수를 취득하고 학점을 올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학생회장 선거와 같은 학생회 관련 사안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회의 사업을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통이 부재한 탓에 학생들은 일일이 정보를 찾아야 했고, 이로 인해 학생회에 대한 관심은 축소됐다. 소통의 단절로 인해 결국 학생과 학생회 사이의 괴리감만 커지는 상황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본분에 충실해야
현재 처해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선 학생회의 역할이 강조되지만, 정작 그 영향력은 쇠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선 학내 예산결성과 재정 상황 등을 심의·의결하는데, 여기엔 총학생회장이 참여하고 총학생회장의 궐위 시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대행해 학교위원과 논의한다. 그러나 총학생회의 부재로 결성된 비대위 체제에선 학생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 구조이다. 서울캠 비대위원장 박정언<자연대 생명과학과 15> 씨는 “비대위 체제에선 집행력의 제한과 같은 이유로 의견을 피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외에도 “전체 학생을 위한 복지를 추진하면서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의 관심으로 학생회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위 같은 상황 속에서 본지를 포함한 서언회 소속 대학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기의 학생회에 관한 설문조사’(이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학생회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그 이유로 ‘학생들의 의견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이라’(79.7%, 216명) 및 ‘학생들의 여론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이라’(69.7%, 189명)를 꼽았다. 이를 통해 학생의 요구를 전달하는 것이 학생들이 생각하는 학생회의 중요한 역할이란 걸 알 수 있다. ERICA캠 총학생회장 김건희<공학대 건설환경공학과 16> 씨는 “학생들의 요구나 불만을 수용해 학교와 소통하도록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지난해 결성된 소통위원회에서 총학생회장이나 이를 대행한 비대위원장은 △등록금 △장학금 △학과 통폐합 등에 관한 학생들의 요구를 학교 본부에 전달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학생회는 학교 본부의 감시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학생(56.1%, 152명)이 학생회가 학교 본부의 행정을 감시하는 역할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학생회는 등심위에 참여하면서 학교의 행정에 대해서도 함께 의논한다. 김 씨는 “등심위에서 △교육환경개선 예산 충당 △등록금 인상 저지 △장학예산 확보 △회계 결산 점검을 수행한다”고 전했다.

학생회의 활기를 되찾아야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위한 학생회여야 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회의 구성과 운영을 위해 필요한 노력은 다름 아닌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 및 참여’(64.8%)가 1위였다. 무너지는 학생회를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학생들의 관심이라는 것에 그들 역시 공감하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학생회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박 씨는 “학생회가 학생을 위한 노력을 표출할 때, 학생들은 이를 보고 학생회에 관심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학생과 밀접한 문제일수록 이에 관해 학생회가 주장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관심도 뒷받침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 학생들은 학생회의 존재에 의문을 던진다. 그럼에도 오늘날, 학생회는 교육권과 등록금에 관한 논의를 주도하며 학생 구성원을 유대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학생회가 단지 명목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필요’에 의해 존재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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