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아프니까 청춘이다. 청춘이 정말 아프다.
[장산곶매] 아프니까 청춘이다. 청춘이 정말 아프다.
  • 정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21.05.09
  • 호수 1530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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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채은<편집국장>

‘청년 고독사가 늘었다.’ 오랜만에 튼 TV에서 나온 이야기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취업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힘들어하다 결국 세상을 뒤로하고 떠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은 청년들을 음지에서 더욱 움츠리게 했다. 

정부 기관 자료에 의하면 지난2020년 10세부터 39세 사망자 가운데 사망 후 연고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약 97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의 죽음은 정말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못하고 몇 명의 청년은 결국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발견된다. 

이런 현장을 방문하는 특수청소업체 전문가들이 전한 당시 모습은 필자의 마음을 더욱더 쓰라리게 한다. ‘텅 빈 냉장고, 잔뜩 쌓인 지원서, 세상을 향한 절망의 메시지…’. 그러나 아직도 사회는 이것을 그저 ‘이웃에 관심을 가집시다’ 식으로 접근해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해선 문제 해결에 조금도 가까이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통감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진심으로 애쓸 필요가 있다. 청년이 정말 아프다. 

‘얼만큼 반복돼야.’ 얼마 전 컨테이너 정리작업을 하던 23살 청년이 300kg 무게의 지지대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그는 이것과 완전히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하필 이때 처음으로 투입된 업무에서 화를 입었다. 안전 교육은 커녕 안전모도 받지 못했고, 현장엔 책임자도 없었다고 한다. 무리하게 일을 시킨 사업주는 현재 발뺌 중이고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정에 보탬이 되기 위해, 대학등록금을 내기 위해,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성실한 청년 중 많은 이들이 산업 현장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다. 매년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이들의 아픔에 공감한다며 관련 기관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결국 또 반복되고 말았다. 

답답한 것은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청년들과 그들의 가족이 사업주와 싸우기 위해선 피해 사실부터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목숨을 잃었음에도. 자신의 몫을 하기 위해 묵묵히 애쓰는 청년들에게 노동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코 묻은 돈’ 며칠 전,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과정에서  사업주가 보조금을 부당하게 가로챈 것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단독 보도한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중 근로계약서, 대포통장까지 사용하며 청년 몫의 임금을 가로챘고 이 때문에 청년들은 정부 지원금의 5분의 1밖에 받지 못했다’고 한다. 청년들은 착취의 수단으로 이용됐고 그들의 꿈은 좌절됐다. 

일자리가 절실한 청년들의 불안을 이용하는 어른들을 볼 때면 ‘삶이 뭐 하나 쉬운 게 없나’하고 화가 나고 똑같이 청년이라는 시기를 겪은 어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필자 역시 이 시대의 청년으로서, 주위 청년의 아픔과 죽음을 목격할 때면 우리 사회는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의문이 든다. 필요할 땐 청년을 보살피겠다 얘기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혹하게 내쳐버리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기도, 꽤 외롭기도 하다. 

청년 수난 시대, 그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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