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서법,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국민정서법,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 이다빈 기자
  • 승인 2021.05.02
  • 호수 1529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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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현호<정책대 정책학과> 교수
함현호<정책대 정책학과> 교수는 “국민정서법을 둘러싼 논의는 사실 민주주의와 관련된 오래된 쟁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부터 국민 여론이 국가의 판단이나 정책의 최종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함 교수는 “원래 민주주의란 국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원하는 사람을 뽑고 그들이 지지하는 법과 정책을 만드는 과정을 수반한다”며 “최근 한국 사회에서 국민정서법이란 주제가 대두된 것은 정치학에서 말하는 *응답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라고 말했다.

응답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게 된 배경은 국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진 것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국민 여론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빠른 속도로 형성된다. 함 교수는 “국민정서법과 관련해 오늘날 주목할 점은 미디어를 통해 전보다 많은 소통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정부의 응답 혹은 반응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정서법은 빠른 응답을 필요로 하는 정책적 결정 사안에 효과적이다. 함 교수는 “정부 정책 수립에 있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사안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빠른 응답성에 앞서 필요한 것은 적절하게 응답하는 것이라고 한다. 단기간에 국민 여론을 수용하느라 입법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면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적이 존재하는 경우 △소수자의 권리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와 같은 근본적인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간과하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뿐만 아니라 국민 또한 여론 형성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함 교수는 “우리가 응답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했을 때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에 의한 폭정의 가능성에 대해 유의해야 하며, 이는 우리가 국민정서법에 대해서 생각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점”이라 말했다.


*응답성: 국민의 변화하는 뜻을 법과 정책이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반영하기를 바라는 성질을 말한다.

| 장승혁<법학전문대학원 형사법전공> 교수
국민 여론, 나아가 국민정서법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또 국민과 입법자들은 이것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장승혁<법학전문대학원 형사법전공> 교수는 국민정서법을 “상식에 기초한 국민들의 법에 대한 감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이 분명한 실체가 있다고 볼 순 없다”며 이에 대한 신중하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이 계기가 돼 지난 1월과 3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연이어 개정됐다. 장 교수는 “국민 여론이 형법과 특별형법의 제정과 개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아동학대 사건 대응 절차와 관련해선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응급조치 ∆현장조사 ∆현장출동 등과 같은 입법상의 미비점을 국민 여론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국민 정서로 촉발돼 생긴 법과 정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사례라 평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국민 여론의 파급력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서 간과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장교수는 “국민정서법이 선거와 지지율을 의식한 정치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며 “여론을 의식한 정치인의 입법이나 제재가 사건 처리의 형평성을 저해하고 법적 안정성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장 교수는 “문제에 대한 차분한 분석과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로 입법된다면 형벌 사이의 불균형이 올 수 있다”며 “입법자들은 국민정서법이라는 용어가 법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에 언제나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정서에서 이어지는 국민정서법과 같은 개념의 명확한 정립을 위해선 아직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국민의 성급한 여론 형성과 입법자의 여론 잠재우기식 입법에서 비롯될 법체계의 혼란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공감대를 담는 동시에 보다 실효성 있는 법안이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정다경 수습기자 dk0405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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