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이들의 이야기
장애학생, 이들의 이야기
  • 이재희 기자
  • 승인 2021.04.11
  • 호수 1528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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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대학생 유튜버 표승화씨
지난해, 표승화 씨는 우연히 타 대학 학내 커뮤니티에서 학교 생활을 걱정하는 청각장애 대학생이 게재한 글을 읽었다. 그는 ‘청각장애를 동기들에게 알려야 할지’, ‘교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하면 어떻게 수업을 따라갈지’에 대한 장애학생의 고민 글을 읽으며 크게 공감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며 ‘해결책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사람이 아닌, 이를 제시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의 애환과 불편함을 알리는 유튜브 채널 ‘승화찌’를 개설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 장애  대학생으로서 목소리를 낸 유튜버 표 씨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코로나 이후 대학 생활의 변화는
그는 학업 외적인 부분에선 오히려 “학교로 통학하는 이동 시간이 줄어들어 그 시간에 동아리나 대외활동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학업적인 부분에선 달랐다. 대부분의 장애 대학생이 느끼는 것처럼 그 역시 학업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대부분 입 모양을 보면서 말을 알아듣고 소통하는데, 카메라에 교수님 입 모양이 나오지 않을 땐 많이 불안했어요.” 
또한 주변 친구의 부재도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기존 대면 방식의 강의에선 함께 공부하거나, 만나서 수업내용을 알려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있었지만,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친구들을 만날 수 없다 보니 혼자서 스스로 모든 것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학에 바라는 점은
그는 지난 2018년, 한 수업에서 교수님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느껴 수강 철회를 요청했던 일을 회상했다. 그는 “그 당시엔 장애 등급이 나오지 않았지만, 청력이 좋지 않다는 소견서와 장애 등급을 추후에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주셔서 수강 철회를 해주셨어요.”라며 학교의 도움받은 기억을 떠올렸다. 이 무렵에 학교 내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음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또한, 그는 대부분 중증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학교 내 장애지원시스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중증 장애 학생이 도우미를 신청하면 바로 지원받을 수 있는데 반해, 경증 장애 학생은 신청 후 서류와 면접 절차를 거쳐 선발돼야만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장애학습 도우미 지원을 받은 적이 없는 그는 “경증 장애 학생도 많은 어려움과 불편을 겪고 있다.”며 “조건에 따라 선발되고 지원받는 것보단 꼭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도움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배들에게
표 씨는 새내기로 입학한 장애 학생들은 장애를 밝히는 것 혹은 그와 관련된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며 “말하고 싶으면 말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그게 어때서?’,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자주 해 자신감을 가지라고, 스스로 장애의 한계를 정해두지 말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의 찬사와 응원을 받게 될 겁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앞날을 응원할게요.” 
온라인 강의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표 씨를 비롯한 많은 장애 학생이 웃음을 잃지 말길, 그들에게 행복한 대학 생활이 펼쳐지길 바라본다. 

장애인 활동가의 시선으로
장애인 소통권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 시민단체 일에 뛰어든 김철환<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비대면 상황에선 개인이 가진 장애 특성과 재학하고 있는 학교의 특성에 따라 장애 대학생의 학교생활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이전엔 계단이 많거나 건물 간 거리가 멀 경우, 건물 접근성이 떨어져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지 못하는 장애 대학생의 경우도 있었죠.”라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그들에게 비대면 상황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엔 어려움과 불편 역시 여전히 수반된다. 그는 “오래전부터 장애 대학생의 고충은
존재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학습하는 장애 학생에 대해선 관심이 부족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심각해지자 장애 대학생들의 정보 접근권 문제가 수면 위로 확 떠오르게 된 것”이라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K-MOOC 혹은 정부의 지원을 받은 온라인 강의들은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이를 보거나 듣기 어려운 장애인들은 학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대학은 장애 학생들이 이런 상황임을 인지하곤 있었지만, 딱히 대책을 마련하거나 이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장애 지원 제도가 미흡한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장애 대학생 처우가 보다 개선되기 위해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보다 나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에 단편적인 제도나 정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김 활동가는 “장애 대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이 겪는 삶은 한 부분만 해결해서 될 일이 아니다.”며 “장애인의 삶에 끊임없이 관심 갖고 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수반될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잠깐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날이 아닌, 진심으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장애 대학생의 삶은 더욱 밝아질 것이다. 

도움: 김철환<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
청각장애인 유튜버 표승화 씨
이휘경 수습기자 socialer@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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