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캠 기숙사생 주소 이전 사실상 의무화, 그러나 부족한 준비
ERICA캠 기숙사생 주소 이전 사실상 의무화, 그러나 부족한 준비
  • 최시언 기자
  • 승인 2021.04.11
  • 호수 1528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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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캠퍼스는 이번 학기부터 기숙사생 주소 이전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기숙사 입사 신청을 위해선 주소 이전 서약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거부할 시, 기숙사 선발 총점 100점 중 서약서에 동의했을 때 받는 10점을 받지 못하게 돼 입사에 큰 제약이 생긴다. 또한, 서약서를 작성하고도 주소 이전 신고를 하지 않은 학생은 강제퇴사 조치된다. 학교 측은 주민등록법 △6조 △12조 △16조에 따라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거주지를 옮긴 경우, 주소 이전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내세웠다.  물론 사유에 따라 주소 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를 두긴 했지만, 학생들이 기숙사 입사를 위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규정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주소 이전을 신고한 학생들의 거주지는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한양대학로 55 △인재관 △창의관 △행복관’으로 변경된다.

주소 이전을 시행하는 목적에 대해 창의인재원 행정팀 관계자는 “법적 의무사항이므로 학생들이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주소 이전에 관한 규정을 안내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주민과 관계자는 “일시적으로만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대학생처럼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엔 법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학교 측이 제공한 법적 근거가 틀렸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것이 대학생들의 실제적인 처벌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에 주소 이전을 강요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주소 이전을 하지 않는 것이 마치 법적 처벌사항이라도 된다는 식으로 학생들에게 공지하며, 이를 강요하고 있다. 기숙사에 입사한 학생 A씨는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주소 이전을 강제로 진행하는 것에 반감이 든다”고 말했다.

게다가 주소 이전 신고를 위해 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절차마저 복잡해 학생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인 인증서가 없는 몇몇 학생들은 교외에 있는 관할 기관에 직접 방문해 거주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이다. 또, 일부 학생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별도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부모의 국민건강보험 가입방식이 지역가입일 경우 통합신청을 별도로 이행하지 않으면 주소를 이전한 학생 개인에 보험료가 청구되기 때문이다. 종강 후 퇴사를 하면서 원래 거주지의 선거와 복지 혜택 등을 위해 다시 주소 이전 신고를 해야 하는 학생들은 매 학기마다 서류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복잡했던 서류 처리와 함께 안내도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불만은 학내 커뮤니티에서 터져 나왔다. 학교의 주소 이전 안내문에 따르면 제출해야 하는 서류명은 제시돼 있지만, 어떻게 발급받는지, 언제 제출해야 하는지 등 자세히 공지돼 있지 않아 안내사항이 있음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학생들의 불만에 대해 창의인재원 행정팀 관계자는 “주소 이전이 어려운 사유가 합당한 학생들에 한해 서약서에 동의했을 때 받는 10점을 동일하게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의사항도 공지해 학생들이 주소 이전을 신청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주소 이전 시행이 학생들의 복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관계자는 예를 들어 “폭설이 발생했을 때 그동안은 학교 측에서만 문제 처리를 위해 움직이다 보니 인력에 한계가 있었지만, 학생들이 안산시민이 되면서 지자체의 도움을 받을 여지가 생겨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17년, 이미 아주대에서 기숙사 입사생들을 대상으로 ‘법적 의무사항’임을 근거로 주소 이전을 강요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지적과 학생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아주대는 이를 인정하며 주소 이전 거부에 대한 제약을 축소하고, 충분한 캠페인과 안내를 진행한 바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ERICA캠에선 같은 근거로 주소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측은 서류 제출에 앞서 적절한 안내를 제공하고, 주소 이전을 거부했다고 해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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