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캠 내 건물 노후화로 인한 사고발생 위험, 그러나 부족한 대처
ERICA캠 내 건물 노후화로 인한 사고발생 위험, 그러나 부족한 대처
  • 최시언 기자
  • 승인 2021.04.05
  • 호수 1527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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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캠퍼스엔 노후화로 인한 사고발생 위험의 노출로 보수공사가 필요한 건물이 여럿 있다. 그러나 학교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해 ERICA캠의 지출계획 중 건물 보수공사 예산은 시설팀이 요구한 것에 비해 28억 원 정도 감축됐다. 또한, 지난해 4월 진행한 ERICA캠 건물의 정밀안전진단 결과 캠퍼스 내 모든 건물이 우수 또는 양호 등급을 받아 학교가 건물을 보수해야 할 의무도 없는 상황이다.

올해 ERICA캠 건물 유지·보수공사로 사용될 예산은 3억 원뿐이다. 시설팀에선 석면 제거 공사나 디자인대 보수공사를 위해 예산을 책정하려 했지만, 예산이 적다 보니 올해 예정된 ERICA캠 시설 보수공사는 제1공학관과 제3공학관의 외벽 보수공사뿐이다. 

학교가 안전을 위한 보수공사 예산을 과감히 삭감할 수 있었던 까닭은 보수공사를 진행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시설법에 따라 학교는 안전사고의 예방을 위해 정밀안전진단을 수행한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4월까지 ERICA캠 건물들의 정밀안전진단 결과 A등급(우수) 9동, B등급(양호) 35동이었고, C등급(보통), D등급(미흡), E등급(불량)은 한 동도 없었다. C~E 등급 판정을 받을시 일정기한까지 결함에 대한 보수 등의 조처를 해야 하고, 그 결과를 감독기관의 장에게 보고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ERICA캠 내 건물들은 모두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 보수공사를 진행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밀안전진단 결과와는 별개로 ERICA캠 내 건물들의 상태가 위태롭다는 학생들의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디자인대 건물 중 디자인 문화관은 현재 내부 천장의 일부가 무너진 상태다. 잔해물은 치워졌지만, 해당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고 그 아래엔 임시방편으로 양동이만 구비돼 있다. 이 건물은 안전진단결과 양호하단 의미의 B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건물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이나윤<디자인대 주얼리·패션디자인학과 17> 씨는 “천장을 비롯해 건물이 매우 낡았는데 보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바람이 부는 날엔 외벽 *사인물도 자주 떨어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실험실 천장의 물 자국 오염 △외벽에 생긴 균열로 인한 누수 △일부 건물들의 창문 틈 누수 등을 겪고 있는 곳이 ERICA캠 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심지어 언론정보대 건물에선 누수로 인해 경비원과 학생들이 직접 청소에 나서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건물들은 정밀안전진단 결과 A나 B등급을 받았다. 건물에 매겨진 안전등급이 실상과 괴리가 큰 이유에 대해 이강오<동아기업 시설물관리팀> 이사는 “안전점검은 보통 전체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점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타 대학에선 정밀안전진단의 서류상 결과만 믿고 있다가 큰 사고가 난 사례도 있다. 지난 2019년, 부산대학교 건물 외벽 벽돌이 떨어져 환경미화원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해당 건물의 정밀안전진단 결과는 B등급이었다. 이 이사는 “적극적인 하자 보수공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후엔 공사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거나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작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유지·보수공사를 진행해 추가 사고를 막아야 하는데 사립대 대부분은 이를 위해 배정된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지정<총무관리처 시설팀> 부장은 “문제가 된 시설물에 대해 원인을 찾아 빠른 시일 내에 보수할 계획이며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후 건물에 대한 중단기적 보수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등으로 대학 재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정기적으로 건물 보수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구성원의 이해를 구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ERICA캠에서 아직 인명 사고는 없었지만, 노후화된 건물 곳곳에서 경고 사인을 보내고 있다. 학교 측은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유지·보수 예산을 확보하고 공사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인물: 건물 외벽에 설치된 기관 이름, 전화번호 등이 담긴 표지를 뜻한다.

도움: 이강오<동아기업 시설물관리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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