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변화할 것인가, 성장할 것인가
[칼럼] 변화할 것인가, 성장할 것인가
  • 이훈재<아리랑국제방송> 프로듀서
  • 승인 2021.04.05
  • 호수 1527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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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재<아리랑국제방송> 프로듀서

끝나기도 전에 시작되는 것이 있고, 변하기도 전에 변하는 것이 있다. 바로 ‘변화에 대한 불안과 준비’라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 그러니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코로나 종식 이전에, 아니 발생과 동시에 시작됐다.

필자가 미디어 관련 직종에서 20년 넘게 일하다 보니, 앞으로의 격변에 대한 힌트를 묻는 분들이 있다. “메가 트렌드는 뭐가 될까?”, “아니, 코로나 이후엔 마이크로 트렌드가 중요하다고 하잖아”, “어떤 콘텐츠가 주목받을까?”,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같은 것이다. 물론 질문자도 필자도 서로 ‘모른다’로 끝나는 대화다.

솔직해지자. 변화를 주시하는 이유는 밥벌이, 즉 ‘일’ 때문이라고. 나의 일, 내 배우자 혹은 가족의 일, 혹은 아이들 교육 등 온통 좋은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다. 일을 찾는 과정에 있는 사람도, 혹은 소위 ‘안정된 직장’에 있는 사람도 불안은 매한가지.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성은 바이러스 만큼이나 전염력이 있다.

언론에선 네카라쿠배(△네이버 △라인 △배달의 민족 △카카오 △쿠팡)나 당토(당근마켓, 토스) 같은, IT를 기반으로 한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취업 준비생들에 대해 다루고, 발 빠른 준비에 관해 이야기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낭패감, 좌절감을 맛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자기 효능감’ 상실이 번질까 걱정된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 답도 없는 질문을 띄우기 전에, 조용히 세상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

‘나’를 잠시 잊었을 때, 변화의 한 가운데에서가 아니라 변화의 밖에서 바라볼 수 있다. 사람들 사이의 대면접촉을 기피하는 문화의 확산, 재택근무, 원격교육, 개인 공간과 위생의 중요성, ‘인맥’ 그 이상의 ‘네트워크’…. 이런 것은 개인의 일상에 즉각적,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잔잔한 바람에 속한다. △전 세계적인 기본 소득 논의 △탈 세계화 △홈 코노미 △환경친화적 시대의 시작까지 조금 더 큰 줄기의 바람도 있다.

변화를 열심히 주시하고 파악한다고 해서, 더 나아가 변화를 이해하고 위대한 통찰력을 갖는다고 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딱 맞는 인생이 펼쳐질까.

직업이나 직장을 잘 선택해서(혹은 바꿔서) 변화에 안전하게 안착하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트렌드는 ‘아주 짧은 것’을 일컫는 말이고 변화는 말 그대로 다른 변화에 의해 안정이 되고 구태가 된다.

이번엔 ‘나’의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자. 변화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로지 내가 변화하는 것뿐이다. 변화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핵심을 들여다보고 그 축을 짚고 서는 것뿐이다.  즉, 변화에서 빠져나와야 그 축이 보이고, 회전의 방향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후배들이, 혹은 변화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변화’라는 말을 ‘성장’이라는 말로 한번 바꿔봤으면 좋겠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도 바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결국 ‘내’가 소중하고, ‘깨끗한 환경’이 중요하고, ‘적당한 거리감’도 필요하다는 자연의 ‘알려진 충고’일지도 모른다. △생활인 △세계인 △자연인으로 한 뼘 더 성장한 사람들의 세상을 기대해본다.

혹시 미래의 좋은(좋다고 하는) 직업이나 직장을 찾아서 느껴지지 않는 열정을 짜내며 불안해하기보단 자신의 호기심과 관심을 믿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성장은 아프고, 변화는 서럽다. 그러나 ‘맞지 않는 것’에 맞추며 사는 괴로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결론은, 변화에 대한 관심만큼 나에게도 관심을 가지라는 것을 강조해주고 싶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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