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글을 짓기 위해
[취재일기]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글을 짓기 위해
  • 최시언 기자
  • 승인 2021.04.05
  • 호수 1527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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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언<대학보도부> 정기자

작문(作文). 지을 ‘작’자에 글월 ‘문’자로 ‘글을 짓는다’는 뜻이다. 이는 집을 짓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집을 짓기 위해선 먼저 원하는 집의 형태를 생각한다. 그리고 설계도를 그려 뼈대를 세우고, 건축자재를 사용해 집을 짓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먼저 글감을 선택하고 개요를 작성해 글의 뼈대를 세우며, 자료를 수집해 글을 짓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통일성과 논리성을 갖춘 글을 짓는 이들은 필자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고등학교 때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자연스레 기사라는 글의 형식에도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고등학생 당시 ‘언중’이라는 언론 동아리에 가입해 기사를 처음 써봤다. 말이 언론 동아리지, 쓰고 싶은 기사를 원고지 한 장에 간단하게 적어 게시판에 붙여 놓는 식이었다. 쓰고 싶은 글감을 정해 두서없이 휘갈겨 쓴 그때를 떠올려보니, 그것은 작문이라기보다 떠오르는 생각을 여과 없이 글로 담아낸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언론에 관해 배우는 학과에 입학했지만, 이론을 배우기 급급했지 기사를 직접 써 볼 기회는 없었다. 필자는 어떻게 하면 기사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기숙사 식당 앞에서 해답을 찾았다. 식당 앞 책상엔 우리 학교 학보사인 한대신문의 종이신문이 잔뜩 쌓여 있었다. 신문을 한 부 챙겨 방에 돌아와 읽기 시작했다. 등록금 환불에 관한 학생들의 요구와 그 결과, 그리고 결과에 대한 문제점과 앞으로의 대안까지 담은 기사를 읽었다. 그것은 진정한 작문을 통해 완성된 기사였고, 한대신문에선 이런 기사를 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후 필자는 한대신문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정기자가 되면서 본격적인 기사 작성에 나섰다. 처음엔 필자가 쓰고 싶은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지만, 이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다. 작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글을 짓는 과정 중 뼈대 작업에서 큰 어려움을 느꼈다. 좋은 기사 소재를 찾은 것 같다가도 글의 뼈대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몰라 한참을 헤매다 결국 막무가내로 글의 뼈대를 세워 기획안을 썼다. 기획안은 필자가 보기에도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운 모래성 같았다. 함께하는 기자들의 피드백을 받은 후에야 기획안은 견고해질 수 있었다. 

스스로 글의 뼈대를 세우지 못했다는 데 답답함을 느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떼쓰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기사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있었지, 노력하나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자괴감도 들었다. 

필자가 원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충분한 노력이 뒤따르지 못했기에 이런 모습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아직 작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면서 작문에 있어 누군가에게 선망받는 대상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인고의 시간을 거쳐 학보사 활동을 끝마치기 전에 스스로 만족하는 기사를 남기고 싶다. 필자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글을 짓는 기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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