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H 사태는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사설] LH 사태는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 한대신문
  • 승인 2021.03.21
  • 호수 1526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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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 자사의 사업과 연관된 지역에 집단 투기한 의혹이 제기됐다. 공익을 목적으로 일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부정부패가 드러나며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특히 잇달아 터지는 공직자의 투기 의혹에 집단행동에 나선 청년들도 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 본부 앞에서 한국청년연대 등이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번 사태는 일차적으로 일부 LH직원들의 공직자 윤리의식이 부재해서 생긴 일이라 할 수 있다. LH직원들은 공직자임에도 자신의 지위와 사회적 의무를 망각한 채 기관 소유의 공공정보를 사익을 채우는 데 이용하고 있었다. 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해당 직원들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범죄자가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LH 사건 이후 시행된 전수 조사에서 △지방공기업 직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청와대 직원 등 총 23명의 공직자가 줄줄이 3기 신도시의 투기 의심자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모종의 이유로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미제출한 공직자 127명은 특별수사본부에 통보돼 조사받을 예정이다. 공직자들의 왜곡된 윤리의식에서 비롯된 사태는 각종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LH 직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자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공직자 토지 전수조사 진행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직자 개개인이 이러한 불법행위를 하는 동안 기관 자체적으로 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LH는 그동안 자체감사기구를 마련해 사업과 구성원 등에 대해 내부감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최근 2년간 내부정보를 악용한 부동산 투자에 관한 감사결과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번에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에서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례들을 지적하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이는 LH자체감사가 유명무실한 행위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런 기관에 속한 개인의 공직자 윤리가 해이해지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소속기관을 넘어 정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LH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관리 감독의 주체는 정부다. 정부는 직속기관인 감사원을 통해 매해 감사를 진행하고는 있었으나,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는 그동안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인 LH를 보다 주도면밀하게 감사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그 결과 기관 내외의 부정부패가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 내렸다. 결국 자체감사도, 정부의 감사도 LH사태를 방지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공직자들의 윤리의식부재 △소속 기관의 허울뿐인 관리 감독 △정부의 책임 모두가 LH 사태의 원인이다. LH 사태는 외부 단체의 제보를 통해 우연히 수면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이젠 사태 해결을 위해 문제의 각 원인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더 이상의 사후적인 대책이 아닌 사전적 대비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적당히 얼버무려 순간을 무마하기보다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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