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보다 Go 소설가 정진영
고민보다 Go 소설가 정진영
  • 이다빈 기자
  • 승인 2021.03.21
  • 호수 1526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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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소설가 

본교 법학과(02) 재학 시절 한양대학보 문예상 소설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글쓰기에 남다른 면모를 보였던 정진영 소설가. 그는 졸업 후 언론계에 발을 딛으며 기자로도 활동했다. 이후 장편 소설 「도화촌 기행」으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드라마 「허쉬」의 원작소설 「침묵주의보」로 백호임제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그는 이 세상 어딘가엔 분명 존재하는 이야기지만, 글로는 아직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를 쓰고 있다. 세상과 맞닿은 그의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자.

음악을 좋아했던 소년, 소설을 쓰다
학창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정 소설가는 고교 시절엔 밴드 활동을 하며 앨범을 만들곤 했다. 지난 2014년, 그는 스스로 만든 노래를 앨범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음악을 만들다 글을 쓰게 됐어요. 멜로디에 가사를 좀 붙여야 할 것 같아 가사를 쓰다 보니 시 같더라고요.” 그는 “시를 쓰듯 가사를 만들다 이것을 이어붙이면 소설도 되겠다 싶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마냥 글이 좋았던 그는 대학에 들어와서도 전공인 법대 수업보단 인문대 수업을 즐겨 들으며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소설에 파묻혀 지냈다고 회상했다. “김훈 작가의 소설 「칼의 노래」를 읽고 감탄하며 나도 이런 문장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렇듯 책을 좋아하던 그가 본교 재학 당시 처음 쓴 장편소설이 「발렌타인데이」였다. “쓰고 나서 출판사 이곳저곳에 보냈지만, 연락이 없어 재능이 없나보다 하고 5년을 묵혀뒀어요. 그러다 별생각 없이 한양대학보 문예상에 출품했는데 덜컥 대상을 수상한 거죠.” 문예상 당선 이후 그는 인문대 교수님의 ‘소설을 계속 써보지 않겠냐’는 말 한마디를 듣고 고시반에서 뛰쳐나왔다. 

기자와 소설가, 삶의 갈림길에서
“고시반을 나와 절에서 소설을 쓰며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그 일이 기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고향의 일간지 기자로 활동하던 그는 절에서 썼던 소설 「도화촌 기행」으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 “여기저기 투고해도 아무도 답이 없었는데 우연히 마감 직전 넣은 원서로 등단하게 될 줄 상상 못 했어요.” 등단 이후에도 그는 기자 생활을 함께 이어나갔다. “고향의 첫 직장에서 나와 「헤럴드 경제」의 신입으로 입사했어요. 다니던 회사를 떠나 새롭게 시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더 넓은 세상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던 그였지만 기자 생활 중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언론사마다 각자의 논조가 있기에, 제 생각과 다른 걸 써야 하는 일이 많았어요. 회사가 요구하는 논조에 맞춰 편향된 글을 쓰면서 심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어요.” 그 무렵 기자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섬진강의 절에서 휴식기를 가졌던 그는 드라마 「허쉬」의 원작소설 「침묵주의보」를 완성했다. “소설을 쓰면서도 계속 제 자신에게 의심이 들었어요. 하지만 「침묵주의보」의 드라마화 이후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내가 글을 써도 되는 사람인가?’ 하던 의심을 날려버릴 수 있었던 거죠. 스스로를 믿게 만들어 줬다고 생각해요.”

▲ 정 소설가의 한양대학보 문예상 대상 수상 소식을 보도했던 지난 2008년 12월 8일 자
학보의 모습이다. 그의 인생의 방향을 바꿔준 사건을 담은 중요한 기록이다.

△사회부 △산업부 △편집부 등 언론계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던 그가 선택한 마지막 부서는 문화부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꿈이었던 문학 기자로 활동한 지 약 1년 만에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됐다. “문학 기자가 되면서 많은 작가를 취재했는데, 그들을 만나고 나니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와 욕구가 강해졌어요. 그래서 전 제가 문학 기자를 하며 작가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기자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종종 해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소설을 위해
그의 문체는 기자가 되기 전과 후로 나뉜다. “기자가 되기 전에 썼던 소설과 그 이후 소설의 문장은 완전히 달라요.” “저는 문장에 쓸데없이 멋을 부리는 것보다 문장이 간결하되 재밌게 읽히는 걸 선호해요. 그런 것들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이 된 것이죠.”

그는 언제나 현실에 입각한 소설을 쓰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소설은 이야기의 폭이 좁은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전 그 폭을 넓히려 소설을 쓰는 동안 주변을 자주 살피며 무엇이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요. 주변에서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하며 항상 물음을 갖는 거죠. 거기에서 글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아울러 정 소설가는 개연성 높은 소설을 추구한다. “개연성 있는 소설을 위해선 처음 소설 집필을 하기 전의 취재나 자료조사가 가장 기본이 된다고 생각해요. 12월에 출간한 소설 「젠가」 같은 경우, 판결문부터 각종 보고서, 연구자료 등을 보는 시간이 소설을 쓰는 데 걸린 시간보다 더 길었어요.”

그는 그의 소설이 한순간의 ‘재미’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읽었을 때 재밌는 소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읽고 나서 우리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그.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주저하지 말고 글을 써볼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학교 다니면서 다들 불안할 거예요. 그런 부담감에 부딪혀 글을 써보기도 전에 자신의 한계를 정해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래를 재단하지 말고 자신을 의심하는 대신 도전해보세요.” 정 소설가처럼 우리도 오늘부터 고민이 앞선 날들을 뒤로하고 행동하는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 정 소설가는 누군가의 예상대로 글을 쓰고, 삶을 살아가지 않겠다며 자신을 ‘예상하지 마’라고 표현했다.
그는 언제나 예상을 깨는 문장과 스토리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을 써 내려간다.

사진 제공: 정진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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