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상상은 ‘나’와 바깥의 경계에서 비롯된다
[아고라] 상상은 ‘나’와 바깥의 경계에서 비롯된다
  • 이다빈 기자
  • 승인 2021.03.21
  • 호수 1526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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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빈<사진·미디어부> 정기자

‘상상’의 사전적 정의는 ‘외부자극에 의하지 않고 기억된 생각이나 새로운 심상을 떠올리는 일’이다. 따라서 상상은 기억의 조각이나 백지상태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상상의 무대는 우리의 머릿속에서 무한히 펼쳐나가며 어렵지 않게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기도 한다.

영화 「소울」은 “나는 어떻게 ‘나’로 태어나게 됐을까?”란 상상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영화는 영혼들이 지구에 오기 전 머무르는 ‘태어나기 전의 세상’을 그려낸다. 태어나기 이전의 민트색 영혼들은 지구로 가는 통행증을 발급받기 위해 성격 배지를 모은다. 성격 배지를 모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혼들을 보며 영화 속 비현실적인 인물도 현실 인물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영혼들은 여러 상황을 극복하며 ‘불꽃’이라 불리는 삶의 의미를 발견해야 지구통행증을 받을 수 있는데 삶에서 가치 있는 무언갈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상상을 외부의 자극 없이 막연히 떠오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과 환경에 의한 자극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 자극을 포착하지 않았다면 기존에 없던 상상이 이뤄질 수 있었을까’란 의문이 든다. 「소울」의 감독 피트 닥터 또한 자신의 아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세상을 상상해 소울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유한 성격을 가진 듯한 어린 생명을 바라보며 우리의 성격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막연했던 상상도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비로소 구체화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린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음으로써 사고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영화 속 세상을 바라보며 타인으로부터 받은 인상을 특별한 세계로 그려낸 감독의 상상력에 감탄하고, 동시에 부러움을 느꼈다. 

필자는 상상을 글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하늘이 보라색인 이상하지만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을 머릿속에 그리고, 여기에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상상하는 삶이란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필자는 어느새 현실이란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상상은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실의 틀에 갇힌 채 나아가다 보니 필자에게 하늘은 더 이상 보라색으로 보이지 않게 됐다. 

하지만 「소울」은 상상하는 삶의 가치를 역설한다. 영화에서 주인공 조는 “삶은 가능성으로 가득하니 네가 무엇을 바라봐야 할지 알고 진정한 너를 표현할 수 있도록 너의 소중한 시간을 잘 써야 해”란 말을 전한다. 상상은 또 하나의 가능성이므로 그것이 온전히 필자의 삶을 위한 것이라면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아들을 들여다보던 피트 닥터 감독이 상상으로 영화의 세계관을 구축한 것처럼 필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위를 들여다보려 한다. 주변을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바로 상상의 첫걸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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