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미투 그 후, 통탄스러운 학교 징계 수위와 돌아온 교수들
대학 미투 그 후, 통탄스러운 학교 징계 수위와 돌아온 교수들
  • 김유진 기자
  • 승인 2021.03.07
  • 호수 1525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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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처분을 마치고 복직한 교수와 여전히 부재한 재발 방지책
징계령이 개정됐음에도 교원 징계 법안은 제자리걸음
이같은 상황 속에서 해결되지 못한 학생들의 두려움

지난 2018년 학내 미투 사건의 장본인이었던 ERICA캠퍼스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소속 A교수가 이번 학기, 학부로 복직했다. A교수는 지난해 복직해, 대학원 수업을 맡다가 올해부터 학부 1학년 수업을 맡기 시작했다. 성폭력 가해 교수의 복직은 비단 우리 학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지난 2019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선 성희롱을 포함한 성폭력을 일삼는 교수에 대항하는 미투 운동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피해 사례는 44건이었지만, 정직 3개월 처분에 그쳤다. 그뿐만 아니라 인천대에서 수년간 학생들에게 성희롱 및 성차별적 발언을 해서 교원징계위원회에 회부됐던 교수는 해임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교수는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의 정직 3개월이라는 감경 처분으로 다시 교단에 설 수 있었다. 

성범죄를 저지른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의 복직이 가능한 일차적 원인은 교원에 대한 징계를 대학이 대부분 자율적으로 정하는 데에 있다. 대학에서 성비위(性非違)가 발생하면, 진상조사는 인권위원회가 수행하고, 징계 수위는 징계위원회가 결정한다. 이때, 사립학교법 제62조에 의해 교내 인권위원회와 징계위원회는 모두 교수, 학교 직원 등 교내구성원으로 이뤄진다. 또한 때에 따라 외부전문가를 최소 1명만 포함하면 된다. 따라서 교내에서 발생한 교원의 성범죄를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징계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선 중대한 사안을 내부에서 해결하는 구조로 인해 많은 대학에서 ‘제 식구 감싸기’가 이뤄지는 것이란 비판을 한다. 교육위원회 소속 권영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내부 인력으로만 운영된다는 점이 대학의 인권위원회와 징계위원회의 문제점이자 한계”라며 “이 때문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게다가 “대학의 징계위원회를 감사할 목적으로 위원회에 대한 자료요청을 한 적이 있는데,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며 투명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대학이 스스로 소속 교원을 징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는 상황 속, 지난해 7월 교육공무원 징계 제도 보완을 위해 법이 개정되면서 국립대 및 사립대 교원 징계도 한층 강화될거란 기대를 받았다. 개정 내용으로는 △교육공무원 징계 참작 사유 조정 △성비위 사건 관련 징계위원 성별 고려 의무화 △성희롱 정의 변경 △중징계 사건 징계 의결 요구기관 참석 의무화 등이 있다. 문제는 여전히 이 개정만으론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것이다. 기존에 제기된 징계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부분이 개정됐지만, 막상 교원 징계 수준을 규정하는 법률은 여전히 개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은 그간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사립학교법 제61조 상 중징계로 분류되는 파면과 해임 그리고 정직 처분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점을 지적받아 온 것이다.

우리 학교의 A교수를 포함해 앞서 언급한 학교들의 대학교수가 받은 처분도 중징계 중 ‘정직 3개월’에 해당한다. 파면과 해임을 내릴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을 땐 정직 처분을 내리는데, 이 정직의 최장기간은 3개월로 규정돼있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데에 비해 받는 처분의 강도가 약하다는 의견은 우리 학교 포함해 많은 곳에서 나왔다. A교수로 인한 논란을 목격한 송현규 <보험계리학과 16> 동문은 “정직 3개월만 지나면 해당 교수가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해당 징계는 학생들의 불안감을 가중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우리 학교에서 A교수와 관련된 사건이 있고 난 후, 당시 대책위원회의 요구사항 대부분은 수용됐지만 ‘교수 징계 규정을 강화하라’는 요구사항은 수용되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정직은 1개월에서 3개월까지며, 우리 학교 또한 이 규정안에 들어가 있다”고 답변하며 이에 덧붙여 “기준법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모든 대학이 동일하게 적용돼 학칙과 정관이 규정된다”며 교수 징계 강화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서울대는 이러한 법의 허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9년, 교원 정직 기간을 3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의 교내 규정을 자체적으로 신설했다. 정직 기간을 12개월로 연장한 대학은 서울대가 유일하다.

대학에 부여된 자율성을 견제하기 위해 교육부가 나설 수 있지만, 그마저도 요구에 그칠 뿐 큰 효력은 없다. 사립학교법 제66조 2항에 따르면 ‘관할청은 통보받은 징계 의결의 내용이 징계 사유에 비추어 가볍다고 인정되면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에게 그 징계처분을 하기 전에 교원징계위원회에 재심의를 요구하도록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법률에도 불구하고 ‘강제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교육부는 여전히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징계 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교육부의 견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주대는 교육부로부터 어떤 요구 사항을 전달받았음에도 징계 결정 과정에서 해당 사항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권 의원은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는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은 공공성을 띠는 분야기 때문에 교육부의 적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결국 학생들은 또다시 두려움에 떨며 학교에 다녀야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A교수의 학부 복직에 대해 해당 학과 학생회 측은 지난 2월 18일에 해당 교수에게 요구서를 전달했다. 학생회 측은 해당 과목에 대한 3개의 강의 중 2개를 다른 교수로 변경해 1학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A교수가 학생 측의 요구에 응하며 강의가 조정된 상태다. 해당 학과 재학생 B씨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당연하고, 그런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말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복직이 가능하게 된 이유나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앞서 말한 인천대학교의 교수는 복직 후에도 추가 성희롱 의혹이 나오며 다시 해임됐다. 더 많은 피해사례가 나오고 나서야 마침내 해임이 결정된 것이다. 각 대학이 ‘느슨한 법’을 근거로 규정을 구체적으로 개정하지 않고 있다. 법을 이유로 행동하지 않는 대학들이 면죄부가 아닌 진정한 처벌을 내리게 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법 조항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청: 공무원의 징계 등 불이익 처분에 대해 심사하는 행정심판

도움: 권영덕<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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