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함으로 무장한 저널리즘의 수호자
진솔함으로 무장한 저널리즘의 수호자
  • 나병준 기자
  • 승인 2021.03.07
  • 호수 1525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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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KBS> 기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KBS 뉴스 9입니다” 본교 사학과를 졸업한 정연욱<KBS> 기자의 목소리다. 신문기자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기자가 된 그는 2009년 KBS 제35기 기자로 입사한 후 사회 전반에 걸친 굵직한 보도로 화제가 됐다. 현재 KBS 뉴스 주말 앵커와 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에서 활약 중인 그는 어느 곳에서나 솔직한 입담으로 본업인 기자로서의 본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올해로 12년차 기자가 된 그에게 다사다난한 취재 라이프를 들어봤다.

사회에 관심이 많았던 평범한 학생
과거 신문기자로 활동했던 아버지 덕에 그는 학창시절부터 시사와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대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도 기자가 되리라곤 생각지 않았던 그. 아버지의 신문사 생활이 별로 멋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기자를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4학년 무렵이면 진로를 결정할 시기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기업에 취업하기는 싫었고 사회 전반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어요. 마침 아버지께서 방송기자를 권유해주셔서 급하게 기자를 준비하게 됐죠”

기자로서 희로애락을 겪다
언론고시를 혼자 준비했던 탓에 정보가 부족했던 그였지만 기자를 준비하는 데 독서가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2009년 KBS 35기 기자로 입사한 그는 △국제부 △사회부 △정치부를 거쳐 지금의 문화부에 이르기까지 대중들에게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에 대해 그는 지난 2019년 보도한 ‘대형교회 비리와 수익구조’라고 답했다. “예전부터 궁금했어요. 교인들조차 헌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르잖아요. 마침 충분한 시간동안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석 달간 열심히 취재했죠. 특히 우리 사회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던 주제라 개인적으로 오래 기억에 남아요”

그는 기자로서 보람을 느낀 순간으로 지난 2019년 단독으로 보도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을 꼽았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물론 수많은 증거가 있었음에도 정부가 수사를 방해했다’는 그의 보도가 해당 사건의 재수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언론에서 아무리 언급해도 잘못된 현실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드물게 그 보도가 수사의 동력이 됐다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잘못된 것을 고발함으로써 세상이 변하길 바라며 기사를 쓰는데 그 목표를 이뤄 기뻤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라는 직업에 회의감을 가진 적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권력 기관은 언론을 통제하려했고, 언론사의 수뇌부는 권력을 겨냥한 취재를 빈번히 막았기 때문이다. 동고동락했던 선배들도 부당한 지시에 침묵하는 것을 보며 ‘기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멋있는 직업은 아니구나’라고 느낀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를 둘러싼 불합리한 움직임에 정면으로 맞섰다. 2012년 ‘공정방송 쟁취’를 목표로 단행한 KBS 파업 당시 수뇌부를 향해 직언을 서슴지 않았고,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해경의 늑장 대처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라는 KBS 보도국을 향한 비판문을 기고하기도 했다. “기자는 불편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말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야 한다고 봐요. 설령 그런 말로 인해 불이익을 받거나 비난의 대상이 되더라도요”

기자, 그리고 앵커
그는 기자임과 동시에 지난 2019년 11월부터 KBS 뉴스 9 주말 앵커를 통해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앵커가 된 지 1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녹화는 떨린다는 그. 그러나 긴장된 표정과 딱딱한 말투가 고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멘트를 전할 땐 180도 달라진다. 단순히 기자가 쓴 리포트를 요약해 알려주기보다 앵커도 자신만의 생각을 목소리로 낼 필요가 있다고 보는 그는 아직까지도 멘트를 받은 대로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싫을 수 있다고 봐요. 본인이 한 적 없는 말을 하고 마치 자기가 취재한 양 말하니까요. 그래서 때론 앵커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나 고민인데, 저는 계속 이렇게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그의 모습은 뉴스 현장과 함께 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취재 뒷이야기와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으면서 시청자와 소통하는 이 방송은 최근 구독자가 20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대해 그는 “취재 뒷이야기나 그에 따른 기자의 생각을 전하는 자리가 없었던 것 같다”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시청자들과의 쌍방향적 소통과 이를 통해 기자 스스로 돌아보는 모습을 기특하게 봐 주시는 것 같기도 하다”고 전했다.

사회에 대한 관심과 주관이 있기를
끝으로 언론인을 지망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그는 “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본인의 주관이 분명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이 결여된 채 기자가 돼서 기사의 논점까지 흐려진 사례를 많이 봤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기 위해선 “사안을 함부로 판단하기 전에 ‘왜 그렇지?’ ‘무엇이 문제지?’와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자세를 갖추기를 바란다”며 당부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보였던 그의 솔직함은 초심을 잊지 않는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정 기자의 다짐을 확인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앵커지만 기자로서의 삶 역시 놓을 수 없다는 그는 여전히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훗날 또다른 현장에서 불편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더 나은 우리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그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나이가 들고 사회인이 되면서 우리는 현실과의 타협으로 어린 시절의 꿈을 잊곤 한다. 정 기자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자'라는 꿈을 항상 간직하고 싶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꿈꾸는 어른'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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