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리라
[취재일기]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리라
  • 나병준
  • 승인 2021.03.07
  • 호수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병준<사진·미디어부> 정기자

대학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필자는 대학에 가면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을 버킷리스트로 적어뒀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학보사 활동이었다. 무엇하나 이뤄온 게 없었기에 훗날 작성하게 될 이력서에 자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필자가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 학보사 활동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대신문 수습기자 지원을 망설이지 않았다.

시시콜콜한 이유로 지난해 1학기 여름방학 즈음 한대신문에 지원했지만, 합격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대학 입시 준비 이후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당황할 수밖에.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며 어영부영 필기시험을 마무리했기에 합격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예상은 면접 이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랜만에 맛본 ‘합격’이라는 두 글자만으로도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필자와 한대신문 간의 인연은 시작됐다. ‘앞으로 어떤 취재를 하게 될까’라는 기대와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함께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이 기대감을 압도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입사 후 한 달 만에 수습기자 두 명이 활동을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물론 휴학생이었던 필자를 제외한 다른 수습기자들은 학업과 학보사 활동을 병행해야 했기에 버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빠른 동료의 이탈에 당황을 금치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한 순간을 목도했을 때, 필자 역시 ‘학보사 활동으로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이 너무 크지 않은가’라는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좋은 학점을 받기 힘들 것만 같았고 대학 입학 전부터 꿈꿔왔던 대학생활의 로망과는 거리가 먼 나날이 계속될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번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필자의 빈자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기자들에게 짐을 더 얹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필자의 공석이 한 편의 기사를 위해 수많은 수정을 거듭하면서 밤을 새우고, 새로운 인터뷰이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다른 기자들에게 누가 될 것만 같았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건대, 수습기자들의 이탈은 오히려 남은 이들이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던가 생각해본다.

이제 막 정기자가 된 입장에서 제대로 된 취재를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지난해 ERICA캠퍼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한 기사(본지 1518호 1면)와 지난 호에 실린 영화 굿즈에 대한 기사(본지 1524호 5면)가 전부다. 언제까지 한대신문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썼던 기사보다 앞으로 쓸 기사가 더 많을 거란 건 확실하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무언가는 얻을 것이고 또 무언가는 포기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걸 알기 전까지 필자는 한대신문을 그만두지 않으려 한다. 영화 「짝패」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이범수의 명대사를 가져오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