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간직하는 방법, 영화 굿즈의 세계 속으로
영화를 간직하는 방법, 영화 굿즈의 세계 속으로
  • 나병준 기자
  • 승인 2021.03.01
  • 호수 1524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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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포스터를 얻으려고 집에서 아침 7시에 나왔다”, “영화 「E.T.」의 팬인데 관련 굿즈가 입고됐다는 말을 듣고 한걸음에 왔다”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영화 굿즈샵 ‘프로파간다 시네마스토어’를 찾은 이들의 말이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만 여는 이곳은 다양한 영화 굿즈 외에 국내에선 구하기 힘든 굿즈도 판매 중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예약을 통해 제한된 인원만 방문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최근 영화 굿즈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원하는 굿즈를 얻고자 누군가는 극장 영업 시작 전부터 대기하며, 누군가는 대중교통으로 장거리를 이동하기도 한다. 심지어 굿즈를 얻기 위해 해외에 간 이도 있을 만큼 굿즈 열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 굿즈, 인기 요인은?
영화 굿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특별한 의미와 경험을 중시하는 최신 트렌드를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즉, 영화를 단순히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시절에서 이제는 영화 굿즈를 통해 영화를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한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굿즈 수집가 A씨 역시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에 대한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 배지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며 굿즈수집 이유를 밝혔다.

제한된 수량으로 제작된다는 점도 유행을 가속했다고 볼 수 있다. 제한된 수량은 희소성과 연결된다. 이는 자연스레 굿즈 수집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굿즈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불붙게 하는 것이다. 서용구<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정판은 언제나 소비 욕망을 자극한다”며 “특히 소득에 상관없이 한정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멀티플렉스에서 제공하는 굿즈 사진이다.
▲ 멀티플렉스에서 제공하는 굿즈 사진이다.

다양성 영화는 홍보에 흥행까지
영화 굿즈가 가져오는 긍정적 영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굿즈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와 같은 다양성 영화에 대한 관심과 홍보 효과를 내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상업영화와 달리, 투자 자본이 적은 다양성 영화는 개봉 초반에 관심을 끌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이에 다양성 영화 수입·배급사는 굿즈를 마케팅 수단으로 선택했다.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를 통해 관객을 모으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렇게 제작된 굿즈는 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잠재적 관객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작품의 흥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재개봉한 영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은 굿즈 패키지 상영회를 통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상반기 독립·예술영화 흥행 순위 4위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과도한 상술에 되팔이도 급증
하지만 영화 굿즈 유행과 함께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최근 많은 영화 수입·배급사와 영화관에서는 △앵콜 굿즈 패키지 상영회△주차별 특전 이벤트 △N차 관람 인증 이벤트 등 반복 관람을 유도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굿즈를 얻으려면 최소 2회 이상 같은 영화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상술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객 유도와 영화의 이미지 제고라는 본래의 취지보다 수익 창출이라는 의도가 더 짙어진 건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한 사람이 필요 이상의 수량을 받아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되파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 영화 수입·배급사 한동희<디오시네마> 대표는 “재판매를 위해 굿즈를 대량으로 수령한 후 원가의 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건 우려스럽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반인 B씨는 “영화를 본 후 특전을 받으러 갔는데 바로 앞에서 50개 넘게 가져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누군가에게 굿즈는 영화를 간직하는 하나의 방법일 텐데, 그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이익을 챙기는 이들을 규제할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의미 있는 굿즈로 남기 위해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굿즈 열풍은 쉬이 가라앉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어떠한 형태로든 이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고, 이렇게 소장한 굿즈를 간직하고 SNS로 과시하려는 욕구가 높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최지웅<프로파간다> 실장 역시 “영화가 극장에 개봉하는 한 굿즈 유행은 계속될 것”이라며 영화 굿즈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굿즈로 남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영화 수입·배급사는 굿즈가 유행하는 시류에 너도나도 편승하는 마케팅을 경계해야 한다. 물론 굿즈 제공이 효과적인 홍보 방법임엔 분명하지만, 반복적인 굿즈의 출시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객들은 단순히 굿즈만을 위해 영화를 관람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굿즈에만 주목한다면 오히려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불필요한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수입·배급사의 노력과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성숙한 의식이 영화 굿즈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도움 : 서용구<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최지웅<프로파간다> 실장
한동희<디오시네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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