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실시간 검색어, 이젠 끝
[장산곶매] 실시간 검색어, 이젠 끝
  • 정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21.03.01
  • 호수 1524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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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채은<편집국장>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선 포털 사이트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시간 검색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포털에게 쓸데없이 권력을 쥐어주니까. 이건 이래서 지우고 저건 저래서 놔두고… 그 자체가 난 좀 이상해요. 검색어는 사람들이 만드는 건데 포털이 검열하니까요”, “검열이 아니라 점검이죠. 누군가에게 유해하고, 음란하고, 폭력적이지 않기 위해”, “그런데 그 기준이 완벽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어디에도 완벽한 기준은 없습니다”

포털 사이트 사용자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에 주목하여 시작한 서비스인 실시간 검색어는 우리의 △정치 △사회 △문화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대화의 주제가 됐고, 때론 긍정적인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한편 포털 사이트들은 실시간 검색어를 제공하며 엄청난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의 이슈들은 우리 대화를 지배하고, 생각을 바꿨으며, 이는 행동의 변화까지 이끌었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의 포털 사이트는 어느새 사용자가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며 우리의 관심사를 조종하고 있었다. 이렇게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의 취지는 변질해 갔고, 포털 사이트는 공론장에서 대결장으로 타락하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지파와 반대파가 ‘실시간 검색어 올리기 전쟁’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시간 검색어의 부작용은 언론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회수에 혈안이 된 언론사들은 이슈를 위한 기사를 찍어내기 시작했고, 영양가 없는 기사들이 마구 쏟아졌다. 사실확인도 되지 않은 기사들로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고, 대중은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까지 알아야 했다.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기사였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목이라면 그만이었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논란에 더이상의 타개책을 찾지 못한 포털 사이트들은 하나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에서 손을 뗐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지난 25일 이후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포털 사이트 다음은 지난해 2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했다. 이때 카카오가 밝힌 입장에선 추락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는 이용자들의 자연스러운 관심과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였지만, 필자 입장에선 이를 통해 우리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얻고, 우리네 관심사를 클릭 한 번으로 알 수 있어 매우 편리했기에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종료 소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이제 언론은 제목보단 내용에 집중할 시간이다. 그리고 온갖 정보가 끝없이 밀려오는 포털 사이트 한가운데 서 있는 우리도 비판적인 판단력을 갖고 스스로 가치 있는 정보를 가려내는 것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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