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야 말을 알아듣냥?
집사야 말을 알아듣냥?
  • 맹양섭 기자
  • 승인 2021.03.01
  • 호수 1524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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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 △사료 △의약품 등에서 성장해온 반려동물 시장. 최근엔 기존 반려동물 관련 분야에 첨단기술이 적용된 이른바 ‘펫테크(Pet-Tech)’가 인기를 끌고 있다.

펫테크란 반려동물을 돌보는데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여러 기술이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손광표<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펫테크의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일상을 기술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Global Market Insights가 발표한 ‘세계 산업 통계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세계 펫테크 시장은 지난 2018년 45억 달러에서 오는 2025년엔 2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일상에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펫테크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반려동물은 몸짓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보니, 우리는 종종 ‘반려동물과 소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바람이 ‘반려동물 감정 인식 장치’가 개발되며 이뤄졌다. 손 연구원은 이 장치에 대해 “반려동물의 신체정보를 통해 소통이 가능하다”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려동물의 △목소리 톤 △심박수 △체온 등의 변화로 감정의 변화를 추측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치를 통해 반려인은 스마트폰만으로 반려동물과 교감하거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펫테크 제품은 시간의 한계로 반려동물의 모든 활동을 도와주기 어려운 바쁜 현대인에게도 효과적이다. 먼저, ‘돌봄 로봇’은 반려동물에게 정해진 시간에 사료를 주거나 영상을 틀어 놀아주기도 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에선 ‘스마트 화장실’이 모래를 자동으로 갈아주고, 반려묘의 변을 통해 건강진단을 해주기까지 한다.

여러 장점을 가진 펫테크이지만 이것의 고공행진을 막는 장애물 역시 존재한다. 우선,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동물보호법’은 펫테크가 접목된 새로운 업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32조에 따라 반려동물과 관련된 영업으로 △미용업 △운송업 △장묘업 외 5개까지만 지정하기 때문이다. 김현중<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정책성과관리센터> 팀장은 “동물보호법에 속하지 않는 업종에 대해선 세부적인 관리 규정이 없다”며 “시설기준이나 운영기준이 마련돼지 않아 펫테크 산업을 육성하기에 한계가 많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팀장은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펫테크와 관련된 여러 직종이 동물보호법에 포함되도록 건의하고, 정부에선 이를 반영해 펫테크 산업을 관리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펫테크와 결합 가능한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반려동물 건강관리의 대표 사례라고도 불리는 영국의 ‘펠카나’에선 스마트기기를 반려동물에게 부착해 질병을 예방하는 의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손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도입하고,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펫테크 산업이 탄력 받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현재는 반려동물을 ‘도와주는’ 펫테크가 많이 보이고 있다. 반려인의 입장에선 시간을 들여 반려동물을 보살필 필요성이 줄어들지만, 반려동물의 입장에선 감정을 나눌 상대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은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정서를 공유하고 의지하는 ‘가족’이다. 스마트기기가 반려인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앞으로 펫테크에 남겨진 숙제를 풀어가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시대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도움: 김현중<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정책성과관리센터> 팀장
손광표<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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