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롭지? 나만의 매력을 느껴봐!
향기롭지? 나만의 매력을 느껴봐!
  • 맹양섭 기자
  • 승인 2020.12.30
  • 호수 1523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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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19로 세상이 들썩였다. 다양한 영역에서 그 영향력을 과시하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안겨주게 된 것이다. 한편 심화되는 코로나19가 화장품 시장에선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본인의 모습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이 ‘색조 화장’이 아닌 ‘향수’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색조 화장은 피부의 결점을 메꿔, 보다 아름답고 멋지게 자신을 드러내주는 시각적 수단이다. 반면에 향수는 자신의 외면을 직접적으로 치장해주지는 않지만, 향수를 이용해 상황에 맞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후각적 수단이다.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의 절반 가까이 가리는 것이 필수가 돼버린 일상에서 향수는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기억에 남도록 돕는다. 코로나 시대에서 향수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를 입증하듯, 화장품 시장의 매출은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 2019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 이익 중 80%가 화장품 부문에서 나왔지만, 지난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2019년 동기 대비 수익은 27%p 감소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향수가 주를 이루는 수입 화장품 매출은 26%p 증가한 454억 원을 달성해 호황을 맞이한 상황이다. 이렇듯 소비자가 향수에 쏟는 애정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개인에 맞춰가는 향수
성장하는 향수 시장은 차별화된 개인 맞춤형 향수를 내놓기도 한다. 니치 향수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용어 ‘니치’에서 이름을 딴 니치 향수는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를 뜻한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취향을 토대로 전문가에게 향수 제작을 의뢰하고, 제작된 향수를 수령한다. 니치 향수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색다른 향기로 색조 화장품만큼이나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도록 한다.

니치 향수처럼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아가 본인이 원하는 향을 담아 향수를 만들 수도 있다. 향료를 조향하면서 매번 바뀌는 향기를 맡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조향사 김영애 씨는 “수제 향수 제작은 자신만의 취향과 느낌으로 구성된 어디에도 없는 향수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제 향수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데에는 자신만의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MZ 세대의 소비 트렌드도 한 몫 거들었다고 볼 수 있다. 수제 향수는 단순히 제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향기를 만들어 자신을 가꿔준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수제 향수, 조심해야 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향수 열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수제 향수에 관해 주의할 점이 있다. 첫 번째는 ‘향수 표절’과 관련된 문제다. 향수는 조향사가 여러 향료를 섞어 새로운 향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개인의 순수한 창작물이다. 음악이나 소설과 마찬가지로 저작권자의 오랜 노력의 결정체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 법적으로 완전히 보호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004년 프랑스의 유명한 화장품 회사 랑콤이 네덜란드의 작은 회사를 상대로 자사 향수의 향기를 표절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이 있었다. 네덜란드 법원은 “충분히 인간의 감각에 의해 독창적으로 지각되는 향이라며 저작권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는 반대로 프랑스 법원에선 “사람이 냄새를 정의하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므로 저작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렇게 상반된 판결이 나온 원인은 ‘식별성’ 때문이다. 재산권 법상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는 저작물은 고유한 지적 창작물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식별 가능해야 한다. 즉, 독창성과 식별성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향이나 냄새는 쉽게 사라지고 잘 변하는 데다, 식별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주관적이고 환경과 맥락 등에 따라 가변적이므로 이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어렵다. 

이처럼 향수의 본질인 향 자체의 표절에 대해선 지금까지도 규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그러므로 개인이 향수를 만들 땐 다른 향수를 표절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향수를 선물’하는 것에 관한 문제다. 사업자가 아닌 개인이 수제 향수를  만들었더라도 남에게 선물할 수 없다. 그 사례로 지난 2018년 11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개그우먼 박나래 씨는 향초 100개를 제작해 지인과 팬들에게 선물했다. 이 일로 환경부는 박 씨에게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는 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본인이 향수를 비롯한 방향 제품을 직접 제작하는 추세이지만, 방향 제품을 상대방에게 선물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향초는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에 해당한다. 시험 기관에서 안전기준에 부합하다고 허락을 받아야만 방향·탈취제품을 선물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향·탈취제품은 일상에서 좋은 향기를 내거나 악취를 없애는 ‘화학제품’에 속한다. 그러므로 시험 기관의 허락을 받지 못한 방향·탈취제품을 타인에게 함부로 ‘선물’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나 이런 사람이야!
“냄새를 지배하는 자, 그가 바로 인간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다.”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드의 작품 「향수」에선 이렇게 말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색조 화장이나 패션은 눈으로 보이는 것이지만, 향기는 그 사람에 대한 보이지 않는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향기는 오랫동안 우리 기억에 머물며 특정 상황이나 시기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이제부턴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담긴 향수로 자신만의 향기를 은은하게 퍼뜨려보는 건 어떨까?


MZ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한다
도움: 조향사 김영애
이아현 수습기자 ahyeon7082@hanyang.ac.kr

1. 수제 향수를 배우는 교실에 들어서면 △조향사 △향료 △향수에 대한 정의를 배운다. 또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향인 ‘노트’에 관해 △베이스 노트(잔향이 가장 긺) △미들 노트(잔향이 베이스와 탑의 중간 정도) △탑 노트(잔향이 가장 짧음)를 순서대로 배운다. 마지막으론 관능검사방법을 배우게 된다.


2. 수제 향수를 만들기 위해선 관능검사방법을 거쳐야 한다. 관능검사방법이란 코로 향기를 맡고, 이 향이 어떠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다. 다양한 향료를 직접 맡으며 기록지에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적으면 된다. 최종적으로 이 향료를 사용할 것인지, 혹은 사용하지 않을 것인지 O/X로 기록하면 된다.


3. 수제 향수를 담으려면 먼저 스포이트를 이용해 향수 베이스를 비커에 담는다. 이후에 관능검사를 거쳐 선별된 △베이스 노트 △미들 노트 △탑 노트에서의 각각의 향료들을 대략 1~5방울씩 소량으로 넣어주면 된다. 이때 미들 노트에 속한 플로럴노트가 향의 전체적인 균형감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비커에 담긴 향수 베이스와 △베이스 노트 △미들 노트 △탑 노트를 혼합한 내용물을 향수병에 담으면 수제 향수 만들기가 완성된다. 향수를 만든 후 2주간 냉장고에 넣는 것이 좋다. 온도변화에 민감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향수를 사용할 땐 공기와 접촉하면 향이 변하므로 최대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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