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디자인하다
공간을 디자인하다
  • 배준영 기자
  • 승인 2020.12.30
  • 호수 1523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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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Studio Eccentric> 대표

누구보다 인간의 행동 양상에 관해 고민하는 공간 디자이너 김석훈<Studio Eccentric> 대표. 우연한 계기로 본교 실내환경디자인학과(05)에 입학해 꿈을 키우고, 현재는 국내외를 아우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계의 최고봉으로 인정받는 세계적인 상을 여러 차례 받으며 입지를 다진 그는 삶에 있어 끊임없이 ‘경험’하고 ‘열린’ 태도를 유지할 것을 강조한다. 그가 창조하는 공간 만큼이나 다채로운 그의 사유 공간을 함께 거닐어보았다.

미대 지망생, 공간 디자이너를 꿈꾸다.
김 대표는 유년 시절부터 ‘미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해왔다. 호기심을 갖고 사물을 관찰하기를 즐기며 눈에 담기는 사물을 정확히 묘사하는 데에 흥미를 느껴왔던 그는 줄곧 미술 공부를 이어갔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조소과 진학을 희망한 평범한 미대 입시생이었던 그에게 그 무렵 방영된 TV 프로그램 「러브하우스」는 그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당시 한양대에서 실내환경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장순각 교수님을 그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후, 인테리어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어요. 대학에 첫발을 내딛던 순간부턴 공간 디자이너로 평생 살아갈 것을 다짐했고, 장 교수님을 찾아뵈며 진로와 제 미래에 대해 자주 상담했어요.”

그렇게 대학에 입학한 이후 그는 유학을 준비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조금씩 쌓아가기 시작했다. 이처럼 완벽한 계획으로 미래를 구축했던 그였음에도 이 시기를 회상하며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여행을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을 겁니다. 모든 경험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이자 자산이거든요.. ”

세계를 무대로 삼은 공간 디자이너의 삶
대학 졸업 후 3년간 인테리어 분야에서 일하던 김 대표는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이왕이면 가장 큰 도시로 유학을 가고 싶었어요.” “도시에서 느끼고 경험하며 접하는 사람과 문화 역시 학교에서 배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제일 큰 도시인 뉴욕으로, 뉴욕에서도 가장 좋은 학교로 진학하게 됐죠.” 공간을 이해하고 구상하기 위해선 더 큰 개념의 건축을 이해할 필요성을 느꼈던 그가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건축대학원을 졸업하며 제출했던 석사 논문 작품인 ‘인더스트리얼 쓰허위안(Industrial Siheyuan)’을 출품해 아메리칸 건축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유종의 미를 장식한 그는 △이탈리아 A 디자인 어워드 △미국 IDEA 어워드 △독일 IF 어워드 등 디자인계에서 내로라하는 상을 받으며 뉴욕과 서울을 오가는 공간 디자이너로 거듭난다.

▲ 감각적인 가구 배치와 조명이 눈에 띄는 이 공간은 김 대표가 지난해 진행한 ‘서울 청담 펜트하우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그가 정의한 공간 디자이너의 역할에 따라, 그는 피부와 맞닿아 있는 모든 것을 고민해 디자인 의도에 맞도록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낸다.

몸담았던 회사를 퇴사한 후,  디자인 회사를 설립해 운영중인 김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외에 ‘G House’ 프로젝트를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꼽았다. “의욕 넘쳤던 데뷔작입니다. 돌이켜 보면 어설픈 부분도 많지만, 그 자체로 성장하고 성숙해져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늘 성공가도만을 걷는 그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도 어려움은 불쑥 찾아온다. “고객의 만족도와 별개로 ‘나’ 자신이 만족할만한 디자인을 하는 덴 정해진 시간과 방도가 없다는 건 늘 저를 힘들게 해요.” 그럴 때면 그는 책을 읽거나 전시를 찾아 감상하는 등 다양한 자극을 받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한다고 전했다. “디자인 중 막히는 과정을 피하기보다 다른 방법으로 고민해보는 거죠.”

한편 홍익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인 그는 ‘늘 공간 속에 놓인 사람의 행동 양상을 고민할 것’을 강조한다. 이는 김 대표가 공간 디자이너로서 가장 추구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단순한 껍데기나 장식적인 부분보다도 사람이 특정 공간에서 겪게 될 경험에 대해 예상하고, 더 나은 경험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디자인할 것을 강조하는 그만의 독특한 가치관과 디자인 세계가 교육 현장에서도 울려 퍼지고 있다.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디자인할 것
공간 디자이너 외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김 대표는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붙들고 가라’고 말한다. “내가 뭐가 되겠다 는 것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꿈이라고 생각해요. 그 꿈이란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좇아가면 도달하기에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에 열중했으면 좋겠습니다. 끊임없이 꿈을 탐구하세요.” 또 그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과 더불어 그 과정에서 맺은 ‘인연’에 대해 소중히 여길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공간을 구상하고 창조하는 김 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공간을 거닐 상상 속 인물에 주목하고 있다. 남다른 그의 창의성은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의 의미에 대해 관심을 갖고 탐구하도록 한다. 우리도 우리가 거니는 모든 시간 속 공간에 대해 고민하고 느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열린 마음으로, 온 신경을 곤두세워 조금은 새로운 시각으로.

▲ 김 대표는 공간에 대해 끊임없이 상상하고 고민하는 자신을 ‘공간드리머’라고 표현했다. 공간 속 사람을 비롯해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그를 꿈꾸게 하는 동력이다.

사진 제공: 김석훈<Studio Eccentri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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