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학생생활관 신축···‘상생’이라 ‘상상’하는 건 아닌지
제6·7학생생활관 신축···‘상생’이라 ‘상상’하는 건 아닌지
  • 임윤지 수습기자
  • 승인 2020.12.30
  • 호수 1523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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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서울캠퍼스에 제6·7학생생활관이 마침내 착공하게 된 것을 성동구에선 ‘상생 모범사례’라며 자축하는 가운데, 학생들은 싸늘한 반응이다.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관점에서다. 학생들이 이토록 냉담한 반응인 것은 우리 학교와 인접한 부지에 대학생 연합기숙사가 지어지려던 계획이 성동구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기 때문이다.

제6·7학생생활관 신축을 추진하기 위해 성동구와 학교는 그동안 거센 반발을 해온 원룸 임대업자들에게 금전 및 복지로 보상하는 방안을 택했다. 우선 새로 지을 생활관엔 △옥외주차장 △주민 쉼터 △체력단련실 등 학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할 시설을 짓기로 했다. 또한, 우리 학교와 함께 성동구,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원룸 임대업자들에게 학생들의 보증금 약 97%, 월세 약 60%를 대신 지급키로 했다. 이를 두고 성동구에선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보장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였다며 ‘상생’을 이루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의 의견은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당장은 보조금 지급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과연 지속 가능한 정책일지는 의문”이란 의견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씨도 “개인의 임대 수익을 나라와 학교에서 보장해 주는 꼴”이라며 “어떤 면에서 양보를 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 꼬집었다. 청년주거 관련 시민 활동가인 최지희<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역시 “사근동 일대는 유독 청년주거 빈곤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며 “보조금을 지급하기에 앞서 성동구와 학교 차원에선 사근동의 열악한 주거 환경부터 문제가 없었는지 살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위원장은 “그런 관리조차 선제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일 뿐”이라 비판했다.

성동구가 지역 주민들과 ‘상생’을 이뤘다고 외칠 때, 코앞에선 ‘상생’과는 ‘상극’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난 2016년부터 한국장학재단에서 행당동 일대에 건립을 추진했던 연합기숙사 2호가 성동구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연합기숙사 2호는 한국수력원자력의 기부금으로 추진하고 있던 사업이다. 지방 출신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추진 중이던 해당 사업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우선으로 기숙사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완공돼 전체 입소자 1천명 중 우리 학교 학생 100명이 이곳에 들어갔어야 했다. 이는 현재 우리 학교 기숙사 △개나리관(106명) △제3학생생활관(110명) △한누리관(109명)과 각각 맞먹는 규모라 할 수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학교에 기숙사 하나가 생기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으나, 아파트 주민들은 △소음 △일조권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기숙사 건립을 반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장학재단 기숙사 사업부 직원 C씨는 “사실상 성동구 공공부지에 연합기숙사 2호를 짓는 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현재 서울시와 협업해 주민 반대가 없는 지역으로 재검토하는 중”이라 전했다.

이 사안을 두고 이건<정책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데서 기인한 것”이라며 “지역 주민이 자신의 재산권리만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행태”라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캠퍼스 유치를 위해 지역 주민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과거 타학교 사례를 언급하며 “정작 ‘상생’을 더 추구해야 하는 쪽은 학교나 학생보다 지역 주민”이라 강조했다. 대학의 유무가 지역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역 주민이 학교 발전에 협조해주는 것이 곧 본인들의 이익이 된다는 의미다. 

지역 주민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청년들이 겪는 주거난이 결국 국가적인 손실로도 번진다는 의견도 있다. 최 위원장은 “청년주거 부담 문제가 낮은 출생률, 높은 자살률 등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라는 걸 주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원룸 임대업자들을 비롯한 일부 지역 주민들은 자본의 논리만을 앞세워 눈앞에 있는 금전적인 득실만을 따지고 있다. 성동구가 주장하는 지역 주민과의 ‘상생’이 그들만의 ‘상상’ 속 ‘상생’으로만 남아선 안 된다.

도움: 최지희<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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