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소설 읽기,
최근 프랑스 소설 읽기,
  • 한대신문
  • 승인 2006.09.24
  • 호수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해 줘」, 기욤 뮈소, 밝은세상, 2005 ; 2006. 7, 윤미연 역

- 새로운 독자, 새 서사, 새 주제 -            


새로운 독자의 글로벌 스탠더드 취향에 어울리는 새 서사의 방향을 찾아, 추리소설 기법의 퍼즐 게임 같은 서사의 분절들을 씨앗처럼 뿌리며, 새 시대의 글로벌한 주제를 다룬 프랑스의 장기 베스트셀러 1위의 소설. “구해 줘!”라는 한 어린 소녀 조디의 메시지가 뉴욕 빈민굴의 마약 거래처 함정에서 하늘로 울려 퍼지고 있다.

죽음의 사자로 지상에 내려온 소녀의 어머니 그레이스조차도 죽음의 영혼을 데려가야 할 임무를 미루고 이 함정에 달려가야 하는 사건의 긴박한 시간이 전개된다. 미국 사회의 심층 문제의 하나가 소설의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있다. 소녀의 납치 사건과 뉴욕의 여러 마약 사건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 하는 의문은 우리를 추리의 세계로 들어가게 한다. 


소설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파리 소르본 대학 연극학 석사이며 배우 출신인 그녀 줄리에트는 브로드웨이에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왔지만 1년여의 디즈니 단역, 카페의 일급으로 어려운 생활에 짓눌려, 이제 막 뉴욕을 떠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랑스 여인의 반복되는 일상에 갑자기 찾아와 위기의 함정을 파 놓은 사랑,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연속이 여인을 위협하고 있다.

 프랑스 여인, 대폭설이 내린 브로드웨이에서 만난 도시적 번개 사랑, 비행기 추락 사건과 그 비행기의 이륙 직전에의 탈출, 그로 인해 테러단으로 오인 받아 체포된 구금, 빈민굴 마약단 사건 혐의, 어린 소녀의 구원 요청, 죽음의 사자의 등장, 연인들의 사랑, 마약 사건 당일 연달아 벌어진 의문의 사건들, 최후의 케이블 카 속의 두 경찰의 의문스런 죽음 등이 남긴 서사의 함정이 서사의 스피드에 박차를 가한다.

 연인이 된 의사 샘, 빈민굴 출신의 성공 스토리를 갖고 있으나, 그의 성장 시절에 관련된 마약 사건의 비밀들, 아내의 죽음, 여 경찰의 마약 단속반 잠입과 그 경찰의 죽음에 대한 비화, 성장기의 친구이던 사제의 도움, 여경찰을 사랑했던 동료 루텔리의 연모의 정, 여경찰의 어린 딸의 마약 함정에서의 구원 요청, 최후의 죽음 같은 숱한 의문들이 분절된 서사 형태로 제시되며, 동시에 작가가 쳐 놓은 미로의 퍼즐 게임에 이끌려 독자는 추리소설의 진면목으로 들어서며, 독자의 해결 지능을 탐지하는 작가와의 서사의 싸움이 지속되는 독서 게임의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주제, 사랑, 도시적 번개 사랑, 불가능한 사랑인가 생각하지만, 수많은 뉴욕의 장애물들을 극복하며,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가며, 가능한 사랑으로 되살리는 여인의 자유 의지에 의해 재생산된 창조품인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의 비하인드 스토리의 비밀을 풀어 가는 것이 이 추리소설의 진수이다.

우연한 만남 때문에 운명처럼 테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그들은 팩숀에서처럼 사건의 현장에 리얼하게 등장하며, 그 때 연인들은 운명의 공동 해결자가 되고 있다. 이 점은 두 동료 경찰의 최후에서도 나타난다. 빈민굴 마약 조직에 관련된 두 여인의 희생과 세 번째, 네 번째 희생자가 될 뻔한 두 여인의 생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프랑스 17세기의 신데렐라 작가 페로의 교훈 동화 속의 격언들이 연상되며 또는 소르본 대학 연극배우가 뉴욕 마약단에서 벌이는 몰리에르 희극 속의 한바탕 소동극 인상 등을 통해 미국의 사회 문제를 프랑스 문화 코드로 비쳐 보이는 거울소설의 일면을 볼 수 있으며, 독서 덕분에 뉴욕 속 프랑스 생활 문화의 흔적을 접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작가가 글로벌한 주제의 독서를 용납할 수 있는 독자의 똘레랑스를 요구하는 프랑스적 기지가 엿보이는 소설이기도 한 것이다. 

최순목<국문대·불문>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