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대신문 문예상 소설 심사평]
[2020 한대신문 문예상 소설 심사평]
  • 신성환<인문대 미래인문학융합전공학부> 교수
  • 승인 2020.11.30
  • 호수 152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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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설 부문 응모작품은 총 15편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첨예한 갈등이나 극적인 사건을 다루기보다는, 사색적이고 내성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청년세대를 억압하고 규율하는 현실의 모순들을 분명히 인지하되, 이에 정면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자기 정체성을 훼손받지 않는 선에서 조용한 인정투쟁(認定鬪爭)을 수행하는 인물들이 두드러지게 등장했습니다. 대다수 응모작들에서 짙게 느껴지는 피로와 우울의 무드가 현재의 청년들이 공유하는 어떤 시대적 정서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문제는 청년세대의 삶과 생활을 다루되, 이것을 어떻게 소설의 언어로 재구성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대개의 응모작들이 세세하고 미시적으로 일상을 표현하면서, 거의 현실을 복제하는 수준의 신변잡기적인 기록에 머물고 있습니다. 픽션의 세계가 현실보다 더 나은 무엇을 전달해 주는 이유는, 일상과 사실의 언어가 아닌 ‘소설의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입니다. 가공되지 않은 현실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한다면 메시지나 공감을 촉발하는 글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설의 고유한 미덕인 ‘깊이 성찰하는 주체’의 자리에 도달하기 어려워집니다. 인물들이 타인과 세계에 대해서 말초적으로 반응하거나 금세 자기 연민에 빠지는 양상도 그러합니다. 개인적으로 애틋한 마음으로 읽었던 몇몇 작품들도 이러한 단점을 고려하여 안타깝게 수상권에서 제외하는 대신, 다음의 세 편을 주목했습니다.

대상으로 선정한 <가짜판별법>은 언론사 가짜뉴스 판별팀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주인공을 통해 진짜와 가짜, 진실과 허위의 경계조차 임의적으로 구성되는 현실을 흥미롭게 다루었습니다. 가짜와 허위와의 대립쌍으로 가정되는 진짜와 진실도 결국 주관적인 미망에 불과하다는 통찰을 생생하고 정교한 문체로 풀어냈습니다.

가작으로 뽑은 <그곳>의 경우, 온라인 네트워크의 다중 자아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안정적인 서사로 녹여 한 편의 깔끔한 소품으로 내어 놓은 작품이었습니다.
또다른 가작인 <인생리셋버튼>은 혼란스러운 시점이 아쉽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개성적인 설정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완결된 서사로 구성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여러 응모작들에서 보여준 진솔한 장점들은 이후 지속적인 글쓰기를 통해 더욱 큰 성취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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