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떤 모양의 가족이든 행복할 수 있도록
[사설] 어떤 모양의 가족이든 행복할 수 있도록
  • 한대신문
  • 승인 2020.11.30
  • 호수 1522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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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가족 개념에 따르면, 가족이란 ‘부부를 중심으로 혈연, 입양 등으로 연결된 생활 공동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요즘엔 △동거 가족 △동성 결혼 가족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부부 단독 가족(일명 ‘딩크족’) △1인 가구 등 가족의 형태가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엔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정자 기증을 통한 비혼 출산을 선택해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며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비혼모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여성인데, 이들은 성관계에 의한 임신뿐만 아니라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아기를 낳기도 하고, 입양을 통해 아이를 키우기도 한다. 실제로 결혼에 대한 인식 자체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사회조사 결과’에선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질문에 60%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고,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2012년 22.4%, 2016년 24.2% 이후 꾸준히 증가해 30.7%가 됐다.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격변기를 지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제도와 각종 사회보장 서비스는 여전히 과거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국민건강보험제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국민연금제도 등 각종 복지 정책은 여전히 혼인과 혈연이 기본이 된 가족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국민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행복주택 등의 주거 지원 정책에서도 법적으로 혼인 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신혼부부를 사회보장 서비스 대상으로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혼인 중심의 사회보장 제도 속에서 비혼모들은 제도적 울타리 밖에 놓이게 된다. 

이슈가 돼서야 득달같이 달려들어 바꿔보려는 심산도 괘씸하다. 정부는 정식 혼인 관계에 있는 난임 부부에게 정자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비혼모의 임신과 출산을 위한 지원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사유리 씨로 인해 비혼모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자 정치권에선 ‘비혼 임신’에 대한 대대적인 법률적 검토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한 비혼모 등 한부모 가정에선 출산지원과 함께 비혼모 가정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한다. 비혼 임신과 같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해소하는데 급급한 정책이 아닌 이들이 가정을 이뤘을 때까지 지원하는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9년 ‘국제인구 학술대회’에 따르면 오는 2045년 우리나라에서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전통적인 가족은 전체 가족의 16%에 불과하리라 전망했다. 앞으론 가족이란 개념을 하나의 말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가족을 규정하는 제도적인 구조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16%에 불과한 가족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가족의 상황을 고려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급선무다. 개인이 어떤 형태의 가족 구성원을 꾸리든 두려움 없이 안전하게 그들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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