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 이아현 수습기자
  • 승인 2020.11.30
  • 호수 152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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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격을 소개할 때 ‘소심한 A형’이라고 하는 건 옛말이 됐다. 이젠 나를 ‘슈퍼인싸 프리지아’나 ‘차갑고 따뜻한 빵또아’ 혹은 ‘인간 구찌’로 소개한다. 이처럼 본인이 어떤 △꽃 △과자 △브랜드인지 우리는 간단한 성격·심리 테스트를 통해 알 수 있다. 성격·심리 유형에 따라 어울리는 대상을 제시해주는 성격·심리 테스트는 그 종류와 형태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성격·심리 테스트는 기본적으론 성격 유형 지표인 ‘MBTI’를 근간으로 한다. MBTI는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다.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셈인데, 물론 수십억 명의 인간 군상을 겨우 16가지로 나눌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 또한 존재하지만 MBTI는 젊은이들이 이름 다음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수단이 됐다. 이들에게 MBTI는 무엇보다 손쉽게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수단인 동시에 남의 성향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심리 유형 분석 기관의 성기원<인컬리지> 대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MBTI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나답게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굉장히 유용한 도구”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는 왜 이런 성격·심리 테스트에 열광할까. 이에 대해 임명호<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BTI는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요즘 세대의 욕구를 간단하고 재미있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진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쉽고 간단한 검사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자신의 성격 유형을 알아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들은 그 결과를 타인과 나누는 것을 즐긴다. 양혜림<언정대 광고홍보학과 20> 씨는 “심리 테스트 결과를 보고 공감하며 나와 맞는 성향의 친구를 찾기 위해 그 결과를 SNS에 공유했다”고 말한다. 또래와 결과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재미 역시 증대되는 것이다. 실제로 ‘유형별 연애 방식’과 같이 서로의 관계성을 알아보는 MBTI 관련 콘텐츠들은 큰 인기를 끈다. 

하지만 성격·심리 테스트 결과에 매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임 교수는 사실상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적용되는 내용임에도, 특별히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믿는 ‘바넘 효과’를 예로 들며 “테스트를 수용할 때 결과를 완전히 신뢰하기보단 기분 전환용으로 가볍게 보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문기관의 MBTI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무료 MBTI 관련 테스트의 신뢰도엔 당연히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성 대표 또한 “사회과학적 절차에 따라 검증되지 않은 성격·심리 테스트는 오히려 자신의 성향을 잘못 해석하게 하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나’가 중심이 되는 시대에 성격·심리 테스트는 나를 객관화시켜주는 새로운 놀이 문화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자기 자신을 테스트 결과에 따른 유형의 틀 안에서만 해석하기보단 유형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면을 인식하려는 노력이 올바른 태도”라는 성 대표의 말처럼 성격·심리 테스트를 적절히 이용한다면 무심코 지나쳤던 나, 지금껏 알지 못했던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도움: 성기원<인컬리지> 대표
임명호<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정채은 기자 chaeun12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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