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은 모두를 품을 수 있을까?
도시공원은 모두를 품을 수 있을까?
  • 정채은 기자
  • 승인 2020.11.23
  • 호수 1521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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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이란 도시 속에서 자연경관을 보호하면서 시민의 △건강 △정서 △휴양 활동을 돕기 위해 설치된 공간이다. 도시공원은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이들의 신체 및 정서적 활동을 장려할 뿐만 아니라 녹지공간으로선 도시 내 오염과 소음 등의 공해와 각종 재해를 방지하는 기능까지도 하고 있다. 

코로나19 속 도시민의 숨통, 도시공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8월까지 국민 일상생활과 관련된 누리소통망 게시물 약 1천4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다니다’의 주요 연관어 항목에서 ‘공원’이 5만7천여 건으로 ‘등산’에 이어 언급량 2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실내생활이 일상이 된 요즘, 도심 속 공원은 시민들의 탈출구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용국<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팬데믹 시대에서 공원은 사회적 스트레스와 갈등을 완화하고, 오감을 통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얘기했다. 김진유<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주기적으로 감염병이 일상을 침범하게 된다면 공원의 활용은 더 많아질 것이고, 그에 맞춰 공원 공급도 증가해야 한다”며 “팬데믹을 거친 그 이후의 시대에 공원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시공원은 공공공간일까?
그렇다면 현재 우리 주변의 공원은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제대로 활용되고 있을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오랜 기간 ‘모두를 위한 도시공원’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세계보건기구는 1인당 공원면적 9㎡를 권장하고 있는데, 김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2019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9.6㎡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도시공원 서비스가 제공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도시공원 서비스로부터 소외된 지역과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토교통부의 ‘2019 국토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시‧군‧구를 대상으로 생활권 공원까지 도보로 약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전체 국민의 약 65%에 해당했다. 이는 35%의 시민에게 도시공원은 ‘마음먹고 방문해야’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며, 이들은 모두가 차별 없이 누려야 할 도시공원 서비스에서 제외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도시공원 서비스 불평등에 대해 “도시공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아 이용자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 외에도, 도시공원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나이가 들거나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의 사용에 불편함을 일으키는 등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자 중심의 공원 관련 지표
이런 불평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이는 지금의 공원 관련 지표가 ‘공급자 관점’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수립하는 ‘공원녹지기본계획’에서 사용하는 지표엔 △공원녹지율 △*녹피율 △1인당 도시공원 면적 등이 포함되는데, 이는 실제 도시공원 서비스의 수요자인 시민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지표”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연구위원은 “공급자 중심의 공원 면적 확충 정책을 추진한 결과, 도시공원이 실제로 필요한 △상업시설 밀집지역 △업무시설 △주거지 주변보다는 도시 외곽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공원을 조성해 양적 수치만 늘리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처방도 다 달라야 하지만…
2015년의 ‘환경형평성을 고려한 서울시 공원입지 분석’에선 423개의 서울시 행정동을 전수조사해 거주지를 중심으로 250m 범위 안에 공원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공원 접근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자치구별 공원 접근도뿐만 아니라 자치구 내 행정동 사이에서도 공원 접근도가 크게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면, 강서구 내에서도 공원 접근성이 낮은 지역과 높은 지역이 혼재돼 있었다. 강서구의 사례처럼 각 지역과 동네에 맞는 도시공원 정책이 중요하지만, 그러질 않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기도 한다. 

변화해 갈 도시공원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 그들의 동네 나 지역에서 공원을 이용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김 부연구위원은 “도시공원의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모두 개선이 필요하다”며 “먼저 양적인 측면에선 도시공원 서비스와 관련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지리정보시스템(GIS)과 같은 과학적 분석 방법을 사용해 도시공원 서비스 소외지역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연구위원은 “도시공원의 질적인 측면에선 개별 공원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고, 지역사회의 인구 구성상의  특성을 고려해 도시공원의 디자인과 시설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간 민주주의 그리고 공원 민주주의
도시공원은 우리 모두를 위한 공간이고, 마땅히 그래야 하는 곳이다. 김 교수는 “공원은 민주적인 공간이 돼야 한다”며 공원의 ‘공간 민주주의’를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공공의 공간이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되고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공간 민주주의”라며 “여러 다양한 사람을 포용하는 정책을 위해 1인 1표를 원칙으로 하는 것처럼, 공간 사용 권리 또한 모든 이에게 고르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포용’의 가치를 중시하고 ‘불공정’에 분노하는 요즘, 지금의 도시공원은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공원이라는 공간에 품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바뀔 도시공원에선 포용의 가치를 만날 수 있길 그리고 ‘공원 민주주의’가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녹피율: 일정한 토지를 덮고 있는 △공원 녹지 △농지 △수림지 △초지 등의 녹지 점유 비율을 말한다. 

도움: 김용국<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
김진유<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
참고 문헌: 김미현, 안민우, 조남우. “환경형평성을 고려한 서울시 공원입지 분석”. 지방행정연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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