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질은 양이 아니라 질
[사설] 본질은 양이 아니라 질
  • 한대신문
  • 승인 2020.11.23
  • 호수 1521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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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난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거기다 코로나19로 원체 심각했던 청년 취업난이 ‘극’심해진 것은 굳이 통계 수치를 들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지금의 청년 취업난을 누구 하나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현 상황은 저성장, 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얽히고설켜 필연적으로 나타난 것이며, 코로나19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때에 정부는 우리 사회를 보다 나아지게 만들 책임이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참담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한국판 뉴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오는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자해 190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는 이것이 취업절벽 끝에 내몰린 청년들을 살릴 대책이라 말한다. 문제는 이 정책으로 뿌리 깊은 청년 취업난이 나아질지의 여부다.

한국판 뉴딜을 시작하며 정부는 가장 먼저 데이터 댐 구축, 데이터 확보 등의 공공 단기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을 채용했다. 그런데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이 일자리에 지원했던 청년들은 업무의 수준이 단순 노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증언을 했다. 채용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 그곳에 들어갔던 청년 중 약 43%가 그만뒀다. 

사실 이는 예견된 상황이다. 애초에 디지털, 그린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분야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단숨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은 발전할수록 높은 수준의 지식을 요하며, 수년간 그것을 연구해온 몇몇을 빼곤 알기 힘든 영역이다. 고도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에 준비 없이 투입된 청년들은 그곳에서 주어진 4개월 동안 단순 노동 이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실상 불필요한 인력을 억지로 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판 뉴딜로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단기 고용 사업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부의 사업을 계기로 청년들이 창업을 하거나 관련 기업에 취업을 할 수 있게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여 말한다. 

정책이 일회성 지원으로 끝나버릴까 걱정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단기간에 일자리를 대량 공급했던 1930년대 미국의 뉴딜을 2020년에 와 그저 사업 분야만 바꾼 채 그대로 흉내내선 안 된다. 철 지난 방식으론 예산만 낭비할 뿐, 현 시대에 깊숙이 박힌 문제를 조금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4개월짜리 공공 기관 임시직도 취업자 1명이 되는 ‘청년 고용률 통계’를 반짝 나아지게 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목적이라면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맛있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이 건강엔 해롭다고 하지 않던가. 어려운 길이겠지만 영양가 있는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에 골몰해 달라. 청년 취업난의 가장 본질적인 원인이자 해결의 실마리는 오직 그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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