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으려면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려면 변해야 한다”
  • 취재부
  • 승인 2006.09.24
  • 호수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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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 인터뷰

총학생회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 총학생회장 출신으로서 현재의 사회·정치 상황에 맞는 바람직한 총학생회의 모습을 제시해 달라.


사실 지금의 총학생회의 모습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전체적인 경향만 두고 생각해보자. 총학생회는 대중조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17대 총학생회가 활동하던 시절은 학생회가 대중조직으로서 자리를 잡아나가던 시절이었고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많은 활동을 했던 때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학생회가 운동권 조직으로 축소되고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에서 멀어지지 않았냐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건강한 사회·정치 활동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학생회가 운동권 학생들의 볼모가 돼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정치조직을 분리시켜서 활동하면 된다.

졸업 이후 많은 학생회 학생들을 만나 강연하고 토론하면서 강조했던 것이 사회봉사와 학생회 활동의 연계다. 내가 활동하던 시절, 군사정권 내에서 학생회 활동의 대부분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이었다. 이후 절차적·제도적으로 수준 높은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민주주의가 발전했는데 학생운동의 방식은 그렇지 못했다.

이념적이고 근본적인 이의제기는 좋지만 이미 사회활동의 방법이 제도적으로 다양해진 상황에서 변화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학생회는 변화를 두려워했다. 변하지 못하고 자기 틀 안에 갇혀버린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사회·정치 활동보다는 복지나 문화 사업을 원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그것부터 해야 한다. 대중조직이라는 것은 대중의 관심에서 비롯된다. 1980년대 후반 학생운동이 정점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에 선배들이 국민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한 작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빈민구제활동, 농촌연대활동 등의 과정들이 누적되면서 국민들과의 접촉면이 넓어졌다.

학생들의 관심이 복지·문화라면 학생회 활동의 대부분을 그곳에 두고 그 안에서 건강한 토론과 논쟁을 끌어내면 된다. 단순히 인기가수를 불러서 공연을 하면 당장에 사람은 많이 모이겠지만 생산적이지 않다. 학생회는 새로운 대학문화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토론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 재능 있는 젊은 대학생들이 많지 않은가.

대학생들의 토론문화가 실종되고 정치혐오증이 팽배한 상황에서 총학생회를 정치조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선거에서 언론보도는 운동권 대 비운동권의 구도였다. 이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정말 제대로 된 취업박람회를 준비했다 치자. 학생들의 관심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을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면 학생들이 학생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아픈데 약 발라주고 가려운데 긁어줄 수 있어야 뭘 하자고 해도 학생들이 따라온다. 198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말 중에 ‘한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 말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학생회가 소수에 의해 정치조직화 돼있지 않은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들의 정치혐오증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사실 열린우리당이나 임종석 의원 같은 젊은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대학생들은 열린우리당과 젊은 의원들의 새 정치를 원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고 다른 한편은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정치가 많이 변했다. 학생회 선거를 제외한다면 총선·대선이 사회의 선거들 중 가장 깨끗하다. 높아진 정치인들의 수준과 정경유착 퇴치와 같은 흐름들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굉장한 수준까지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태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는데 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돼있지 않다.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봐도 한국이 가진 민주주의 내용이 꽤 높은 수준이다. 다시 한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한다든지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지난 10년간 우리 정치가 변해온 과정이다.

아직 남은 과제들도 많다. 정치권의 소모적인 정쟁이나 국익을 중심으로 한 합리적 토론이 배제된 체 대선 때만 되면 정당이 재편된다. 이는 정책을 중심으로 정당히 편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변하고 있는 정치가 갈수록 국민들의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데 과도기라고 보기에는 투표율 등 정치참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정치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영역은 줄어들고,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본다.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많은 문제들이 제도화되면 다음에 정치가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은 줄어든다. 선진국들의 투표율이 낮은 것도 그런 이유이다.
현재의 안정된 정치가 더욱 발전하려면 좋은 정치인들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밭이 형성돼야 한다. 일반 국민들이 정당에 가입하고 정당 활동을 경험함으로써 좋은 정치인이 양성된다. 유럽의 정치인들을 보면 대학생 때부터 정치활동을 하면서 역량을 키워온 사람들이 많다.

몇 년 전부터 각 정당이 대학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 민주노동당만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 다른 정당들도 대학에 들어가서 학생들의 정치활동 폭을 넓혀줘야 한다. 이런 정치활동을 특정 정당이나 학생회의 영역으로 묶어둘 수만은 없다. 앞서 말했듯 학생회는 대중조직이어야 하지만 필요할 경우 정치조직을 분리해야 한다.

정당 활동을 통해 검증된 인물이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 그것이 대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그래야 학내에서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정당들이 대학문제에 대해서 정책을 내고 논의할 수 있다.

대표적인 FTA찬성파로 알려져 있는데 반대여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한미 FTA는 전체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의 통상환경에 대한 인식문제다. 농업 등 일부 분야로만 한정하면 그것은 FTA를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제일 문제가 저출산·고령화·고용 문제인데 사회안전망이 완벽하지 않아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다.

지난 10년간 세계 11위 규모의 대한민국 경제의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국내에서는 제조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조업은 그 생산기반이 중국·동남아·남미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제조업은 우리 사회 내수의 동력이었고 고용의 저수지였다.

세계적인 통상환경은 FTA를 거부할 수 없도록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양자간 FTA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무역도 체결국간에 확대되고 국가 발주도 FTA 체결국으로 제한하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변하고 있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의 문제다. FTA는 한·미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흑·백을 정할 수 없는, 기회이면서 위기일 수 있는 도전이다.

개방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는 한국 경제를 생각할 때 정리해야할 문제다. 참여연대나 많은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반 세계화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긴 하지만 국가의 정책을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추가성장을 막아버리는 일이다.

중국 시장이 세계의 저수지라고는 하지만 미국 시장의 절반에 불과하다. 중국·인도 등 아시아 시장에서, 앞으로 일본이나 대만과 어떻게 경쟁할 것이며 제조업에서 턱 밑까지 쫓아온 중국에게 서비스·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어떻게 간격을 유지할 것이냐는 한국 경제의 사활이다. 그래서 한미 FTA를 통해서 미국의 신기술·자본·서비스영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2.3%인데 이를 늘리는 것은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FTA를 봤으면 좋겠다.

양극화 해소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서 FTA가 진행되면 더 극심한 양극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성장이 둔화되면 가장 먼저 피해가 오는 것도 서민이다. 우리가 이것에 대해 눈 감아서는 안 된다. 김대중 정부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제, 긴급지원제 등 사회안전망이 확보되고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증거들이다.

결국 양극화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형 조세제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조세라고 하는 것은 국민과 정부의 깊은 신뢰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어서 쉽지 않은 문제다. 이 문제를 최대한 감안하면서 추가성장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추가성장이 멈추면 더 큰 양극화가 찾아온다.

성장과 사회복지 문제를 균형 있게 바라봐야한다. 사회복지를 우선하는 사람들은 설득력 있는 추가성장 모델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회 양극화가 완화되는 모델이 있다면 그 누가 마다하겠는가.

소위 개혁세력들이 이 문제를 국민들에게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무능하다는 소리를 피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에 대해 나오는 이야기 중 가장 뼈아픈 것이 무능하다는 것이다. 그 무능함은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오는 것이다. 적어도 개혁이라는 이름을 걸고 정치권에 들어온 사람으로서 난 이 문제에 있어 굉장히 골몰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FTA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나 김근태 의장이 뉴딜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갑자기 서민문제에 둔감해진 것은 아니다.

후배들과 자주 소통하려 한다고 하는데 당부의 말씀을 전해 달라.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하고 싶지 않은 영역이 있는데 그것을 지켜내려면 변해야 할 부분을 과감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변해야 변하지 않을 수 있다. 세상의 변화에 눈 감으면 그거야 말로 변하지 않아야할 문제 앞에 무능해지는 것이다.

젊은 학생들의 일자리 등 아주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들이 사회·정치권에서 흐르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포착해야 한다. 사회과학자들은 신자유주의, 즉 세계화의 흐름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들을 낳고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것을 토대로 최대한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지구가 돈다고 생각하는 것과 하늘이 돈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하늘이 돈다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 내가 서 있는 공간이 어딘지 알 수 없어진다. 변화하고 있는 환경을 객관적으로 같이 보면서 토론을 통해 대안을 찾을 수 있는 문화를 대학생들이 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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