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더 멀리 가기 위한 도움닫기
[독자위원회] 더 멀리 가기 위한 도움닫기
  • 정주엽<인문대 사학과 18> 씨
  • 승인 2020.11.23
  • 호수 1521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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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신문을 떠난 지 1년. 거리의 낙엽을 보며 학보사 사무실을 떠나던 그 계절이 어느새 돌아왔단 사실을 깨달았다. 불이 꺼지지 않던 금요일의 풍경을 회상하며 1년 동안 한대신문은, 또 나는 얼마나 변화했을지 궁금했다. 기자가 아닌 독자 위원으로 다시 찾은 한대신문. 설레는 마음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1520호를 마주하기 시작했다.

신문의 얼굴인 1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생회비 사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예산이 공정하게 사용되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매우 중요한 만큼 1면에 실어도 손색이 없는 기사였다. 더불어 여러 학생 인터뷰이와 비대위원장 측 의견이 충분히 실려 목소리의 현장감도 살아 있었다. 다만 한대신문이 양 캠퍼스 모두를 대표하는 만큼 ERICA캠퍼스의 학생회비 사용 내역 및 타 학교 사례까지 함께 비교 분석했다면 조금 더 심층적인 기사가 됐으리라 본다.

3면은 운동부 특집 코너로 1518호에 다룬 배구부에 이어 농구부를 취재했다. 우리 학교의 여러 운동부를 조명한다는 기획 의도는 훌륭했지만, 우리 학교 농구부의 △과거 △현재 △미래로 서술된 단편적인 사실 나열이라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 과거 농구부의 모습은 간략히 설명하고, 현재 농구부에 소속돼 있는 선수들의 훈련 모습이나 인터뷰를 싣는 편이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스포츠 기사를 싣게 된다면 더 완성도 있는 기사가 나오길 바라본다. 

4면 서브 기사에선 게임 핵 문제를 소개했다. 게임 관련 학과 교수와 칼럼니스트 인터뷰, 학생 인터뷰까지 풍부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한 노력이 보였다. 다만 게임 핵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게임 업계의 자정 노력이 빠졌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게임 업계는 게임 핵 사용자들에 대해 1차적인 제재를 취하고, 실질적으론 게임 핵으로 가장 골머리를 앓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서브 기사의 분량 한계로 더 많은 내용을 담지 못했을 거란 예상은 하지만, 내용의 취사선택에도 신경 썼다면 해결할 수 있었을 한계라 본다. 

5면은 독도 특집으로, 탑 기사는 독도 탐방기 서브 기사는 독도 지킴이에 관해 다뤘다. 독도의 날을 맞아 직접 독도를 탐방한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취지와 그 노고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서브 기사의 독도의용수비대와 독도경비대 이야기는 매체에 여러 번 등장한 내용이라 시의성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탑 기사인 독도 탐방기의 분량을 늘리고 다른 구도의 풍경 사진을 추가해 조금 더 실감 나는 여행 기사로 탈바꿈하는 쪽이 더 나은 구성일 테다.

이 글을 쓰며 오랜만에 책꽂이 가득히 간직했던 지난 한대신문을 펼쳤다. 고소한 종이 냄새를 맡으며 시간이 지나 약간은 번진 잉크 자국을 손으로 더듬어봤다. 되돌아보면 한대신문에서의 시간은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의미 있는 도움닫기였다. 그 도움닫기를 통해 우리는 조금 더 멀리까지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었으니. 부디 본지 기자들도 이 시간 속에서 만남과 생각을 잘 모으길 바란다. 그래서 더 나은 내일의 나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1520호보다 한 발자국 더, 언제나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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