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표현, 당신도 모르게 쓰고 있지 않나요?
혐오 표현, 당신도 모르게 쓰고 있지 않나요?
  • 황하경 기자
  • 승인 2020.11.08
  • 호수 1520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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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정의돼 있지 않은 혐오 표현. 이에 우리 학교 인권센터에선 혐오 표현을 ‘△문화 △성별 △인종 등의 속성을 가진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혹은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나 모욕하거나 그들에 대해 △적의 △차별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라 정의하고 있다.

 

혐오 표현, 우리 학교는?
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1월까지를 기준으로 우리 학교에선 총 3건의 혐오 표현 피해 신고가 발생했다. 이는 서울캠 인권센터에 신고된 전체 사건 유형들 중 5%에 해당한다. 지난 9월부터 혐오 표현 근절을 위해 인권센터와 서울캠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혐오 표현 방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혐오 표현에 대해 알려주는 SNS를 통해 카드뉴스를 게시하고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해시태그 캠페인인 ‘사랑의 실천’ 챌린지를 진행했다.

 

 

혐오 표현 근절되지 못하는 원인은?
학내 커뮤니티에서 혐오 표현이 근절되지 못하는 원인은 △혐오 표현의 모호한 기준으로 인한 학내 구성원의 인식 부족 △관련 처벌의 어려움 △학내 커뮤니티 이용 규칙의 모호함 세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혐오 표현에 대한 불명확한 기준이 표현의 자유라는 핑계로 혐오와 차별의 발언을 정당화하고 있다. 학내 커뮤니티에서 혐오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학내 커뮤니티에서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본 경험이 많다”고 전했다. 첫째로 혐오 표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학생들의 인식이 부족하다. 조희원<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혐오 표현에 대한 정의가 제시돼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 자신들도 모르게 차별, 편견이 담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답습된 편견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이런 것들을 계속 이야기하다 보니 그게 혐오 표현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인권센터 역시 “학생들이 혐오 표현에 대한 심각성과 영향에 대한 인지가 낮다”고 밝혔다.


둘째로, 현재 혐오 표현의 처벌이 쉽지 않다. 혐오 표현은 법적으로 정의돼있지 않기에 대처 방법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고소·고발하는 것밖에 없다. 글을 쓴 자가 특정돼야 형사고소와 학내 인권센터 신고가 진행될 수 있는데 학내 커뮤니티는 익명이라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의 혐오 표현 대응방법은 증거를 저장하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신고하는 것이다. 형사고소 후 게시자 신원이 학내 구성원임이 확인되는 경우, 우리 학교 인권센터에 신고하면 된다. 그러나 글쓴이를 특정하기 위해선 경찰에 직접 신고해야 하고,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인권센터 측은 “모욕죄, 명예훼손죄가 적용되기 위해선 해당 범죄 성립의 엄격한 구성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혐오표현은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학내 커뮤니티의 이용 규칙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타인에 대한 욕설이나 비방 등을 금지한다는 운영 규칙이 존재하지만 혐오 게시물은 글쓴이가 삭제하지 않는 한 그대로 남아있어 재생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학내 커뮤니티는 운영사 측이 강제로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10명 이상이 글쓴이를 신고하면 해당 아이디 접근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이용 규칙에 혐오 표현에 대한 지침이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아 운영사가 혐오게시물 작성을 막을 명분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지난달 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운영사에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이 역시 강제 사항이 아니기에 이용 규칙이 강화될 지는 미지수다. A씨는 “게시물 삭제가 아닌 혐오 표현 사용자의 아이디 접근만을 제한하는 것은 혐오 표현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혐오, 차별 게시물의 게재를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혐오 표현 근절을 위한 대책은?
학내 커뮤니티에서의 혐오 표현 근절을 위해선 무엇보다 혐오 표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 조 사무국장은 “혐오 표현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말”이라며 “무엇이 혐오 표현인지 확립돼야 하기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센터도 “차별금지법과 같이 혐오 표현에 대한 근본적인 규제기준이 세워져야 한다”며 조 사무국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운영사와 인권센터가 협력해 혐오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 사무국장은 “학교 인권센터가 적극적으로 운영사와 협력하는 방향으로 혐오 게시물이나 특정인을 비방하는 글에 대해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소수자의 특성을 가진 이들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혐오 표현은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학내 구성원들의 인식 제고가 이뤄져야 혐오 표현의 사용이 줄어들 수 있다. 조 사무국장은 “이를 위해선 학교에서 인권에 대한 수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인권 동아리들과 인권센터가 협력해 다양한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면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혐오 표현은 누군가에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나도 모르게 무심코 차별과 혐오가 담긴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혐오 표현을 근절하기 위해선 △사회 △학교 △학내 구성원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하며 학교는 학내 구성원들의 혐오 표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이들은 학내 구성원이기에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이들의 충분한 배려와 이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도움: 조희원<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나병준 수습기자 songforyou@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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