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병역특례 논란… 언제쯤 마침표. 찍을까?
해묵은 병역특례 논란… 언제쯤 마침표. 찍을까?
  • 정채은 기자
  • 승인 2020.10.12
  • 호수 151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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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의 메인차트인 ‘빌보드 핫 100’ 1위에 이름 올렸다. 방탄소년단의 고공행진과 함께 엄청난 한류 전파력과 천문학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도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효과는 1조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방탄소년단처럼 국위 선양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해 ‘병역 특례’를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병역 문제는 ‘공정성’과 ‘형평성’이라는 가치와 연관된 민감한 주제기에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연일 끊이질 않고 있다.

병역 논란의 방아쇠를 당긴 정치권
지난 5일,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방탄소년단의) 한류 전파와 국위 선양의 가치는 추정조차 할 수가 없다”며 “이제 방탄소년단의 병역 특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한류는 미래국가전략사업”이라며 “예술·체육 분야가 문화창달(文化暢達)과 국위 선양이라는 측면에서 혜택을 받는다면 방탄소년단이야말로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일엔 전용기<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중문화예술인의 입영 연기를 취지로 한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용기<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현행법상 입영일자 연기 대상자엔 △대학(원)생 △연수기관 연수생 △체육 분야 우수자 등이 포함돼 있는데, 여기에 대중문화예술인을 추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 의원은 “병역 연기는 병역 특혜 또는 특례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하며, “대중문화예술 분야처럼 20대에 전성기를 맞는 직종에 대해 이 시기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끔 입영을 연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973년에 머물러 있는 병역 특례제도
예술·체육계 병역 특례제도는 다른 나라에선 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다. 병역 특례는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이 신설되며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지금의 ‘예술‧체육요원’제도로 이어져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이 법정한 종목에서 일정한 성과를 입증하면 병역을 수행한 것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여기에 ‘대중문화’예술은 포함돼 있지 않다. 전 의원은 “지금은 체육 분야뿐만 아니라 대중예술이나 게임 등의 분야에서도 국익에 공헌하는 바가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법조대기자 오풍연씨 역시 “국위 선양에 체육인이나 정통예술인은 되고, 대중예술인은 안 된다고 하니 형평성이 문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병역 특례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휘락<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병역 특례제도는 가용병력이 충분했을 때 생긴 것”이라며, “사회적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관련 제도의 존속여부 자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꾸준히 화두가 돼 온 병역 특례 문제 
병역 특례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특히, 세계무대에 진출해 명성을 날린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병역 특례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대중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에서 비롯된 공헌을 인정하며 이들의 병역 특례 검토를 제안했고, 이것에 동의하는 여론도 들끓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방부 △문화체육부 △병무청 등으로 구성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 계획’을 심의·확정했다. 그러나 ‘대체복무 감축 기조’와 ‘병역 의무의 공정성·형평성’을 이유로 대체복무제도를 대중문화예술 분야로 확대 적용하자는 주장은 불발됐다. 

투닥투닥 병역 논란을 둘러싼 설왕설래
다만 병력 논란을 둘러싼 이견이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방탄소년단이 세계 주요 시장에서 세운 공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상당히 이뤄졌다. 그러나 이를 차치하더라도 병역 특례는 시대 정신인 ‘공정 감수성’에 반한다고 보는 시선이 강력하다. 국방의 의무는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병역 특례에 관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있어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대중문화예술인들에게 병역특례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씨는 “대중문화예술인이 눈에 띄는 성과로 국위 선양에 기여했다면 그에 응하는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른 이들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타당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역 논란은 반짝 떠올랐다, 금방 식어버리는 ‘이슈’로 끝나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 없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병역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저마다의 잣대가 다르기에 옳고 그름을 이분법적으로 따지는 것보단 사회적 합의가 더욱 중요하다. 논의가 다시 물꼬를 튼 만큼, 이와 관련해 어떤 가치관이 더 중요할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도움: 박휘락<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오풍연<오풍연닷컴> 대표 
전용기<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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