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확실성에 놓인 삶
[칼럼] 불확실성에 놓인 삶
  • 윤수진 <사회대 미디어커뮤니 케이션학과> 박사과정 4기
  • 승인 2020.10.12
  • 호수 1519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윤수진<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4기

영화 「기생충」에는 아버지 기택이 아들 기우에게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들에겐 계획이 있었고, 우리에게도 계획은 항상 있어왔다. 새해가 다가오면 매번 새로운 다짐을 하지만, 우리의 삶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현상도 정해진 계획에 맞춰 발생하기보다 당장 내일의 일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놓이게 된다.
 
불확실성의 모습은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인 복권 구매, 주식 투자 등에서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정하고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기대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한 감정을 줄이기 위해 동양의 사주팔자나 서양의 타로, 별자리 운세를 살펴보는 방법에 의존하기도 한다.
 
△공학 △사회 △인문 △자연과학 등의 학문에서도 과거 혹은 현재 일어나는 현상을 통해 미래에 직면할 사건의 가능성을 수치화된 모델로 예측하기도 한다.
 
어떠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의 목록을 만들고 그 관계를 추정하는 수학 혹은 통계-확률적 개념을 사용한다. 언뜻 보기에 통계적 수치를 산출하여 예측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업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현상에 나타나는 변수를 파악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목격하는 일부 현상은 고도화된 학문 연구로도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보여주는데, 대표적인 사례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의 확산일 것이다.
 
만약 이 바이러스를 통계적 모델을 통해 감염경로를 예상할 수 있었다면, 코로나 19의 확산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예측을 벗어난 또 다른 자연재해나 경제 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
 
한 사회에서 일어난 현상을 예측하기 어렵듯이 한 사람의 삶에서 등장하는 변수도 정확히 알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관심을 받은 성격유형 검사인 MBTI는 ‘나’라는 사람을 알 수 있는 도구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성격유형이 미래의 나 자신을 설명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을 하나의 성격유형으로 규정짓는 것은 현재의 나를 설명하는 지름길을 제공할 수 있지만, 현재의 성격이 평형상태를 유지한 채 미래의 성격을 그대로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기예보를 통해 오늘 날씨를 확인해보니, 현재 일기예보에서 오늘 비가 올 확률이 30%, 오지 않을 확률이 70%라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비가 갑자기 내린다면 기상청은 비가 오게 될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일까? 

비가 올 30%의 가능성이 비가 오지 않을 확률인 70%보다 낮더라도 비가 오지 않는다고는 예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상청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이기 때문에 100%의 확률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도 여러 사건에 놓여있는 선택 경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고 해서 드라마나 영화처럼 완벽한 결말로 끝나기보다는 열린 결말을 맞이한다. 우리는 앞으로 불확실성 속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고 삶의 확실성을 찾으려는 과정을 지속하게 될 것이다. 한시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삶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불확실성을 줄여가는 과정을 우리 삶의 원동력으로 사고를 확장해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