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추 장관을 둘러싼 의혹, 모든 공직자들에게 통하는 이야기
[장산곶매] 추 장관을 둘러싼 의혹, 모든 공직자들에게 통하는 이야기
  • 이예종 편집국장
  • 승인 2020.09.20
  • 호수 1517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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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종<편집국장>

추미애<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아들 휴가 특혜’, ‘평창올림픽 통역병·자대배치 청탁’, ‘딸 비자 청탁’ 등 의혹이 아직도 꺼질 줄 모르고 번져나가고 있다. 핵심은 추 장관의 아들 서모씨가 받은 58일의 휴가 중 19일가량이 증빙서류가 없고, 상급 담당자를 통해 절차 없이 곧바로 휴가를 연장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통역병 선발 과정에서 추 장관 아들이 통역병으로 뽑힐 수 있도록 직접 군에 부정한 청탁을 넣었다는 내용도 있다. 이에 반해 추 장관 측은 직권을 남용하거나 부정한 청탁은 전혀 없었다고 반론하고 있다.

서모씨의 군 생활에서의 의혹도 있지만, 추 장관의 직권 남용 문제는 서모씨의 군 생활 이전부터 지적돼왔다. 서모씨의 본격적인 군 생활 이전인 수료식 당일, 논산 훈련소 근처 한 정육식당에서 추 장관의 정치자금 카드가 긁혔다. 15만 원가량이 ‘의원 간담회’라는 명목이었다. 논산 훈련소에서 수료식을 마친 훈련병은 보호자와 면회를 할 수 있다. 그 시간에 추 장관은 파주에 있었지만, 결국 추 장관이 모금된 정치자금 카드를 누군가에게 전달해서 아들을 위해 사적으로 유용한 꼴이된다.

게다가 추 장관은 자신의 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기자간담회를 명목으로 모금된 정치자금을 자기 딸에게 사용한 전례가 또 있다, 정치자금을 왜 직계존속 가게에서 사용하냐는 의원의 질문에 “공짜로 먹을 수는 없지 않냐”며 답변하기도 했다. 문제는 추 장관의 태도다. 본 문제가 비교적 소액에 해당하긴 하지만, 결국은 정치 활동을 위해서만 사용되도록 모금된 자금을 자기 딸 가게에 ‘몰아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전혀 문제 인식이 없어 자금 오용의 장소와 대상이 잘못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정치자금의 유용, 나아가 직권남용의 이야기임에도, 누군가는 ‘가족사를 과하게 캐묻는다’라거나, ‘명예를 훼손한다’라거나, ‘루머로 점철된 의혹을 토대로 한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이 문제는 정치적 음해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공직자의 태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다. 단순히 아들의 군생활과 관련해 묻는 행위, 행사를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진행하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당사자가 법무부 장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장관이 쓰는 돈을, 장관이 인사 시즌에 ‘인사치레’라며 하는 전화를 어떻게 단순하게 짚고 넘어갈 수 있겠는가.

공직자의 말 한마디와 걸음 한걸음은 본인에겐 별것 아닐지 몰라도, 듣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에게는 분명한 메시지가 돼버린다. 이는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며, 본인의 직위때문에 생기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공직자는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을 스스로 경계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추 장관의 의혹을 단순한 ‘가족사’, ‘부모의 마음에서 했던 자연스러운 연락’이라고 정리할 수는 없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젠가 ‘공직자로서 제 자리가 자리인 만큼 불필요한 전화를 되도록 피하는 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본인의 인사치레에 대한 전화가 받는 사람에게는 파장이 다르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기에 언급된 이야기였다. 

이번 사태를 통해 추 장관에 대한 각종 의혹은 당연히 명명백백 밝혀져야 한다. 만약 단순한 루머나 가정으로 ‘정치적인 공작’임이 드러나게 되면, 이 역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 논란과 의혹을 반면교사 삼아서 모든 공직자가 자신의 행동거지를 가다듬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공직자는 자신의 행보 하나하나가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수백 번 자중해야 한다. 추 장관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가 스스로 자중하지 않으면 작금의 사태는 몇 번이고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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