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메일함을 살찌울 메일링 서비스
당신의 메일함을 살찌울 메일링 서비스
  • 맹양섭 기자
  • 승인 2020.09.06
  • 호수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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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링 서비스’는 일종의 구독 서비스로, 문학 콘텐츠 유통 경로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메일링 서비스란 작가 스스로 유료 독자를 모집해 작품을 발표하는 서비스로, 작가들이 진입장벽이 높은 출판사 대신에 누구나 이용 가능한 메일을 통해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한다. 월 1만 원의 구독료를 받고 시작해 성공을 거둔 ‘일간 이슬아’가 메일링 서비스를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일간 이슬아’로 메일링 서비스의 선두주자가 된 작가 이슬아는 ‘메일로 받아보는 수필’을 실현시켰다. 그녀는 한 달에 스무 편 가량의 수필을 구독자들에게 발송하며 소통한다. 주변 일상이나 사회 문제를 소재로 다뤄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일간 이슬아’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플랫폼에서 이젠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하고 있다.

메일링 서비스는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우선, 메일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작가는 △홍보 △창작 △발송이라는 메일링 서비스 전반의 과정을 작가 개인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기에 수익성을 보장받게 된다. 또한 메일링 서비스가 사용하는 ‘메일’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작가와 독자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기존의 출판물들이 일방적으로 작가의 말을 독자에게 전달하던 구조에서 탈피된 형태라는 것이다.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작가에게 답장할 수도 있고, 독자가 관심 있는 분야의 내용을 골라 자신의 메일함에 수집할 수도 있다. 이융희<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는 “독자가 원하는 △스타일 △작가 △정보 등을 자신의 메일에 보관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 일상을 저장하는 것과 유사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받아봄으로써 직접 정보를 찾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메일링 서비스의 생산 주체가 여전히 작가라는 점에서 문제가 존재한다.  독자들이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줄 작가를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독료를 지불한 독자는 작가가 만든 결과물이 원하는 내용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불만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마음에 드는 작가를 구독하더라도 독자 자신이 관심 가는 정보만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중간 과정 없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메일함에 쌓이기도 한다”며 메일링 서비스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주는 중간 단계가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정보가 메일함에 쌓이는 것은 확증편향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정보를 편향되게 받지 않으려면 어떤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메일링 서비스는 독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장르에서 참신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시인 차도하는 자작시를 낭독해 보내는 ‘목소리 메일링 서비스’를, 30명의 사람이 모인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는 개개인의 특기를 살려 △레시피 △만화 △오디오북 △일러스트 형태의 구독물을 메일로 보낸다. 이 교수는 “메일링 서비스를 분류하고, 리뷰하는 큐레이션의 형식까지 발전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메일링 서비스로 다양한 서비스를 구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쇄매체의 공간에서 완전히 탈피한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광고투성이인 메일함을 각자가 관심 있는 알찬 정보로 가득 채운 ‘개인 도서관’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도움: 이융희<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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