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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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채은 기자
  • 승인 2020.08.28
  • 호수 151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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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테마 ‘세상을 바꾸는 힘'
위기의 순간에 ‘기꺼이’ 나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왔다. 금주의 문화테마는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끈기와 용기로 세상을 바꾼 ‘세인트 주디’와 ‘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를 만나본다.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영화 「세인트 주디」

영화 「세인트 주디」는 미국의 ‘망명법’과 관련한 실제 사건이 배경이다. 이민 전문 변호사 주디 우드는 의뢰인 아세파 아슈와리를 만난다. 과거 아세파는 그녀의 고향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녀들을 위해 학교를 만들고, 이들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잡혀 끔찍한 폭행을 당했다. 이에 아세파는 고향에서 도망쳐 미국의 망명 제도를 통해 신변을 보호받고자 한다. 하지만 미국의 망명법에선 여성을 보호해야 할 계층으로 분류하지 않았기에 단지 여성이란 이유만으론 망명이 허락되지 않았다. 아세파가 본국으로 추방된다면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에게 명예살인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주디는 아세파를 본국으로 추방하려는 법원의 판결을 뒤집어야 했고, 기존의 망명법에 맞선다.  

주디는 끈질긴 집념으로 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은 단순한 성별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이며, 아세파를 둘러싼 고향 가족들의 위협은 정치적 박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으로 판사를 설득해 기존의 판례를 완전히 뒤집는다. 이는 이후 세상을 정의롭게 바꿔나갈 긍정적이고 강력한 선례가 만들어졌음을 뜻하는 사건이었다.
  
주디는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변호사들과는 달리 의뢰인을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고, 기꺼이 그들 편에 서서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끊임없이 강조되는 이 문구처럼 주디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녀의 모든 것을 걸고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았다. 

사진 한 장의 힘, 책 「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린지 아다리오는 △레바논 △수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위험한 분쟁지역을 누비는 여성 종군사진기자다. 그녀는 전쟁 위험이 도사리는 지역에서 여성과 아동을 비롯한 약자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두고, 이들을 피사체로 삼아 사진을 찍는다.

린지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매 순간 목숨을 걸고 도전과 투쟁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목숨을 잃기 직전’까지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2007년 아프간 전쟁이 벌어졌을 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곳인 코렌갈계곡을 미군과 함께 다니며 취재에 나선다. 또 4년 뒤인 2011년 3월 리비아 수도 근처에서 카다피 군과 시민군의 내전을 취재하던 린지는 동료 기자들과 함께 카다피 군에 납치돼 포로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주눅들지 않았다 . 

그녀가 종군사진기자가 된 이후 △함께 일하던 동료 △동행했던 군인 △정을 나눈 민간인들의 죽음을 수없이 목격한다. 그리고 ‘목숨을 걸 만큼 사진을 찍는 일이 가치 있는 것인가’라는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 일을 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가장 그녀다운 모습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늘도 린지 아다리오는 그녀의 사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나아가 약자의 인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해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기꺼이 분쟁지역에 뛰어들어 셔터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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