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학평의원회에도 시선이 머물러야 할 때
이제는 대학평의원회에도 시선이 머물러야 할 때
  • 배준영 기자
  • 승인 2020.08.28
  • 호수 1515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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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1509호 기사 ‘대학의 민주화, 첫걸음은 대학평의원회의 권한 확대’에선 대학의 민주화를 위해 대학평의원회(이하 대평)의 권한 확대 필요성을 전달했다. 학교 행정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법인과 이사회의 단독적인 결정을 견제한다는 취지에 따라 대평이 설립됐지만, 심의·자문 기구라는 이유로 그 영향력과 실효성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대평 권한 확대를 위해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나가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 학교 대평에 대한 학생의 관심이 현저히 부족한 채, 대평은 합당한 책임조차 미처 다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무관심 속 외면된 법 규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의2’에 의거해 대평은 회의가 있은 날의 다음 날부터 10일 이내에 해당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5월 7일 개최됐던 ‘2020학년도 제5차 대평 회의’의 회의록이 3개월을 훌쩍 넘긴 지난 21일이 돼서야 공개됐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의3’에 따라 회의록의 일부 또는 전부를 공개하지 않을 때는 비공개 사유 및 비공개 기간을 공시해야 하지만, 우리 학교는 이조차 지키지 않은 채 ‘방치’에 가까운 행동을 보였다. 위의 두 법 규정은 우리 학교가 자체적으로 제정한 ‘평의원회 규정 제3장 제12조’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포함된바, 자신들이 내건 약속마저 저버린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우리 학교 대평 의원 A씨는 “대평 회의록 공개와 관련한 규정이 존재함을 미처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평 의원들도 해당 규정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본 사안을 단순 실수로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 법적으로 처벌 규정이 마련돼있을 정도로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를 어길 경우 학교가 교육 관계 법령 또는 이에 따른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 ‘고등교육법 제60조 1항’에 따라 교육부장관은 시정·변경 명령을 내리도록 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시 다른 처벌 조항에 의해 후속 조치가 이뤄지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다 커져야 할 학생의 관심
대평 관련 업무 사항을 관리·감독하도록 지정된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이 더욱 요구된다. 그러므로 대평에 대한 학생의 관심 부족 역시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씨는 “대평이라는 기구가 존재한다는 것만 알았을 뿐 관심을 두지 않았던 터라 그들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알지 못했다”며 “이런 까닭에 주요한 회의록이 수개월간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평이 갖는 무게에 비해 학생의 관심은 가벼운 것이 사실이다. 

한편 대평 회의에 따라 심의 가결된 사안으로는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에 따른 정원 변경(조건부 통과)(2018학년도 제7차 대평 회의) △심리뇌과학과 신설(2019학년도 제9차 대평 회의) △일반대학원 정원 통합 및 조정(2019학년도 제9차 대평 회의) △본교·본교 병원 2019회계연도 결산자문 (2020학년도 제3차 대평 회의) △첨단학과 신설에 따른 편입학 정원 조정(2020학년도 제4차 대평 회의) 등이 있다.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학내 주요 사안으로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한 다수의 학칙 개정에 관한 심의 및 결산 자문이 대평 회의를 거쳐 가는 것이다.

대평은 그들 스스로 ‘본교의 시작이 대평이라는 인식을 갖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밝힌 만큼, 위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은 개인이 갖추고 누릴 ‘권리’를 잃지 않도록 스스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평이 정도(正道)로 나아가고,  진정한 대학의 민주화를 찾는 길은 학생의 시선이 부재할 때 존재할 수 없음을 다시금 인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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