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의 불통에 학생들은 두통
[사설] 학교의 불통에 학생들은 두통
  • 한대신문
  • 승인 2020.06.08
  • 호수 1514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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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학교는 서울캠퍼스 교육정책위원회(이하 교정위)에서 요구한 학생대표자와 총장 간 면담 요청에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제시하지도 않은 채 면담을 미루자는 답변만 남겼다. 이는 명목상의 답변일 뿐 사실상 학생들의 목소리를 묵살한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학교가 학생들과의 소통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대면시험 및 대면수업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도 학교는 대면시험 및 대면수업을 강행했다. 서울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교정위는 지난달 20일부터 약 3일간 대면시험 및 대면수업 진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서울캠 4천321명의 학생들이 설문에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대면시험과 대면수업 동의절차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무려 68.5%로 과반수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의 행정절차에 불만을 가졌다. 또한 학교가 강행하는 대면시험 대신 59.9%의 학생들이 비대면시험을 원하고 있으며, 78.5%의 학생들이 대면수업에 반대함을 알 수 있었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는 비대위 및 각 단과대 학생회 입장문과 함께 감염병관리위원회에 전달됐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 행정절차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절대 무시할만한 숫자가 아닌 4천321명의 학생 의견은 그렇게 또다시 묵살됐고, 통보와 강제가 반복되는 학교의 행정 행태의 근절을 요구했음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지난달 30일, 교정위는 ‘본부의 코로나대응 졸속행정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현수막을 애지문에 게시했지만, 학교에 의해 현수막이 훼손되는 사건도 있었다. 현수막 게시는 학생처와 보안관리자의 협의 하에 진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수막 게시 약 세 시간 후 관리처의 지시로 현수막이 제거됐고, 학생들은 현수막 제거에 대한 정확한 사유조차 알 수 없었다. 학교가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선 이토록 철저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학생이 학교의 관심 밖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학교는 눈과 귀를 막고 학생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고 학교의 졸속행정을 규탄하고 학교와 소통하고자 함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학생들은 학내 커뮤니티에서 ‘총장에게 한마디’ 캠페인을 진행했고, 지난 1일에는 졸속행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일에는 규탄서명 2천153개를 총장에게 전달 및 항의방문을 진행했고, 본관 앞 농성장을 마련해 ‘총장은 학생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이름의 부스를 열었다. 총장은 이런 학생들의 움직임에도 기존 학교 입장만을 고수해 학생들은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대면수업이 본격화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 우리학교 동문회관을 확진자가 지나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학교의 방역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

학교의 졸속행정과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간과한 근거 없는 괜찮다는 말은 학생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학교의 무책임한 행동, 학생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태도. 이런 불통의 상황 가운데 한양의 미래는 빛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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