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PPL도 작품이 돼야 하지 않을까
[아고라] PPL도 작품이 돼야 하지 않을까
  • 이세영<사진·미디어부> 정기자
  • 승인 2020.06.08
  • 호수 1514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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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영<사진·미디어부> 정기자

드라마 속 물건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극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어떤 상품의 이미지가 당신의 머릿속에 남아있던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광고주의 간접 광고에 마음을 뺏긴 것이다. 간접 광고, 흔히 말하는 PPL(Product in Placement)이란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소도구로 끼워 넣는 광고 기법이다. 광고주는 PPL을 통해 작품 속에 자사의 상품을 삽입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무의식 속에 상품 이미지를 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잘 만든 PPL은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상품을 자연스럽게 인지시킬 수 있고, 영화사나 방송사에서는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방송법은 PPL을 허용하지만, 선을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에 의하면 간접광고가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내용이나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고 해당 방송프로그램에서 간접광고 하는 상품을 과도하게 언급하거나 구매·이용을 권유해선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접광고로 인해 시청자가 시청 흐름에 방해를 받아선 안 된다.

최근 도를 넘는 PPL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드라마가 있다. 지난 4월 처음 방영된 「더 킹: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다. 논란이 되는 「더 킹」 속의 한 장면을 보면 이렇다. 형사 역할의 여자 주인공이 잠복 중 차 안에서 컵라면을 먹자 동료 형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포장된 볶음김치를 내민다. 여자 주인공은 김치를 맛본 후  “아, 시원해. 김치 좀 먹을 줄 아네”라고 말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은 커피를 마신 후 “첫맛은 풍부하고, 끝 맛은 깔끔해. 대한민국에서는 이걸 시중에서 판다고?”라며 제품을 노골적으로 언급한다. 이어 해당 커피를 클로즈업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집중을 흐리게 했다. 「더 킹」은 매화를 거듭할수록 홈쇼핑 프로그램인지 드라마인지 헷갈릴 정도로 상품 홍보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PPL의 분량을 정확히 따져보지 않더라도 「더 킹」의 PPL은 명백하게 시청자의 시청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필자 역시 위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맥락 없는 PPL 광고 등장에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PPL이 방송 제작의 현실에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웬만한 PPL은 용인할 수도 있다. 다만 PPL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은 PPL을 적절하게 활용한 예시로 꼽히고 있다. 고깃집과 안마의자, 커피 등이 지속해서 노출됐지만, PPL이 드라마 전개나 주인공의 성격과 어울려 어색함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홍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디어 환경에서 PPL은 제작비 확보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PPL을 어떻게 해야 소비자 눈에 띄면서도 거슬리지 않게 넣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됐다. 시청자의 몰입도와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센스있는 표현을 통해 PPL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탄탄하고 재밌는 스토리로 만들어진 공든 탑도 잘못 사용된 PPL 하나로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PPL이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그마저도 작품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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