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듣지 못하는 건 누구인가
정작 듣지 못하는 건 누구인가
  • 노승희 기자
  • 승인 2020.06.01
  • 호수 151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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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학생 온라인 수업 수강에 어려움 겪고 있어

학생 도우미 수요에 비해 지원자 부족한 실정

청각장애 학생들의 요구 더 반영해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교내 청각장애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각장애로 수업에 곤란을 겪고 있는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교수님 설명을 듣지 못하는데, 타이핑 도우미도 구하지 못해 학습에 지장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업을 들을 수 없어 수업 시간에 공지하는 사항도 확인하기 어렵다”며 온라인 강의 학습에 따른 고충을 전했다.

현재 우리 학교는 장애 학생 지원을 위해 비장애 재학생을 동원한 한국장학재단의 학생 도우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범준<장애학생지원센터> 차장은 “10명의 장애 학생이 13개 강좌에 도우미 지원을 신청했음에도 도우미 지원자가 부족해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온라인 강의에는 청각 장애 학생을 위해 대부분 자막 서비스 지원이 이뤄진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원래 대면으로 진행되던 수업들까지 이번 학기 불가피하게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대부분 강의에 자막 서비스가 부재한 채 학생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수업 내용을 타이핑으로 정리해 청각 장애 학생에게 제공함으로써 청각장애 학생의 학습을 도울 수 있는 타이핑 도우미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늘어난 온라인 강의 수업 수에 비해 지원자가 적어 청각장애 학생이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최 차장은 “장애 학생 5명에 대한 6개 강좌에 타이핑 도우미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기 초 학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는데 타이핑 도우미가 부족해 청각장애 학생들이 겪을 어려움을 인식하고 지원에 나섰다. 최 차장은 “청각장애 학생들을 위해 서울시 지원 원격 무료 속기사 서비스를 긴급히 물색해 지원했고, 더불어 음성을 문자로 번역해 주는 유료 어플리케이션 ‘소보로 프로그램’을 신청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속기사 서비스가 개인당 20시간 한정으로 제공돼 4월 초에 이미 사용이 끝났다”며 “소보로 프로그램은 음성을 문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전공 용어를 제대로 번역하지 못하고 오번역이 잦다”고 덧붙였다. 학교의 여러 지원에도 수업을 듣는 데 따르는 고충은 해결되지 못한 것이다.

타이핑 도우미를 지원하는 것 외에도 교육부 국가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전문 속기사나 수어 통역사 등 외부 전문 도우미의 도입을 통해 추가적인 청각장애 학생 지원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도입 과정에 어려움이 많아 섣불리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 차장은 “외부 전문 도우미의 도입으로 학생 도우미에게 지급되는 장학금 및 활동비가 크게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인력도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 학생 도우미 제도와 외부 전문 도우미 제도 2개를 동시에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각장애 학생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선 비장애 학생들과 학교의 협조가 필요하다. 최 차장은 “장애 학생들이 일상생활을 하고, 수업을 듣는 데 발생하는 어려움은 비장애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며 “장애 학생들의 어려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동반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A씨는 “장애 학생들의 목소리가 학교에 잘 전달되길 바란다”며 “장애 학생을 위한 학교의 지원과 복지가 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에 최 차장은 “학생 도우미 중 장애 학생과 같은 수업에 수강생 자격으로 참석해 도우미 활동을 하는 학생의 시급을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학생 도우미 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 중임을 설명했다. 더불어 최 차장은 학생들에게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매 학기마다 안내하는 도우미 신청에 더 관심을 갖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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