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포스트 한대신문
[취재일기] 포스트 한대신문
  • 정채은<문화부> 정기자
  • 승인 2020.06.01
  • 호수 1513
  • 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채은<문화부> 정기자

 

한대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한 지도 벌써 두 학기가 다 돼간다. 눈 깜짝할 새 흘러가는 시간이라 누군가에겐 ‘겨우 두 학기’로 보일 수 있겠지만, 빡빡하게 진행되는 신문사 일정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니 ‘두 학기나’ 버텨왔다고 느껴진다. 

필자는 한대신문에서 수습기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수습기자 지원서를 썼다. 면접 후 합격 통보를 받을 때까지도 신문사에서 활동할 수 있길 소망했다. 그만큼 간절히 원했던 활동이었지만, 설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첫 교내 활동이기도 했고, 워낙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했던 필자에겐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부터 두려웠고, 무엇보다 참 떨렸다.
 
지금도 신문사에서의 첫 번째 식사 자리가 생생하다. 어색한 첫 식사에서 선배 기자가 ‘한대신문에 지원한 이유’를 필자에게 물었다. 잔뜩 긴장했던 필자였지만, 이 질문에 있어서만큼은 ‘글을 잘 쓰고 싶어서’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대학 생활을 하며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생각을 글로 잘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여러 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신문사에서 활동하며 글 쓰는 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그만큼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신문사에서의 활동은 글 쓰는 방법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마음가짐 등 필자의 삶에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정기자가 된 후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인터뷰였다. 인터뷰이를 찾고, 인터뷰를 부탁하는 것부터 처음 만난 전문가와 오랫동안 기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 필자에겐 고난의 연속이었고 인터뷰에 대한 걱정은 항상 필자를 괴롭혔다. 말주변이 없는 성격 탓에 인터뷰가 끝나면 손이고 이마고 항상 땀이 흥건할 정도였다. 이런 성격이 너무 답답했고, 가끔은 자신에게 화도 났다. 힘들어하던 중 어떤 교수님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문득 ‘내가 언제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와 이토록 전문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터뷰는 기자가 아니었다면 누릴 수 없는 나름의 특권이었다. 사소한 깨달음이었지만 필자는 그 뒤로 어렵거나 미루고 싶은 일이 닥쳤을 때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해보려고 노력하게 됐다.

그리고 한대신문을 통해 남을 위하는 마음도 배우게 됐다. 지금까진 힘들다고 느껴지거나, 누군가의 조언이 잔소리로 느껴지면 바로 그만뒀다. 고통을 받으면서까지 해야할 가치 있는 일을 아직 찾지 못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필자 스스로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사는 달랐다. 무슨 일이 있어도 토요일까진 조판을 끝내고, 월요일엔 신문이 나가야 했다. 필자가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더 힘들어지는 곳이 신문사였다.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이 대단한 곳에서,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됐다. 

필자는 이제 기자 생활을 한 학기 남짓 남겨두고 있다. 한대신문의 구성원이 된 후 필자는 정말 많이 변했다. 늘 그랬듯 앞으로도 신문사 활동을 하는 동안 많은 고난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한대신문은 힘든 만큼 가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포스트 한대신문’, 한대신문을 통해 지금의 필자보다 더 성장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 돼 있길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