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종교' 이해하기
'낯선 종교' 이해하기
  • 고다경 기자, 오수정 기자
  • 승인 2020.05.10
  • 호수 1511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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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코로나19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의 신도를 중심으로 확산하며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특히 신천지만의 독특한 예배 방식과 신도 명단을 숨기는 행태 등이 논란이 되며 ‘사이비 종교’로 인해 방역망이 뚫렸다며 사회는 시끌시끌했다. 낯선 종교가 사회적 문제를 반복할 때마다 우리는 쉽게 이들을 ‘사이비 종교’라고 규정하고 비난한다. 그렇다면 흔히 ‘사이비 종교’라고 불리는 이들은 과연 무엇일까. 이들이 누구인지 알아보자.

기독교 내 이단과 사이비
사회에서는 종종 ‘이단’과 ‘사이비 종교’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기독교계에서 둘은 구분되는 개념이다. 탁지원<현대종교> 소장에 따르면 “이단은 종교적 교리로서 기독교의 일반 정통 교리나 성경에서 벗어나 파당을 이뤄 여러 신앙 중 어느 하나라도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단체”를 뜻하는 반면 “사이비 종교는 반사회, 반도덕, 반윤리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뜻하는 사회적 용어”라며 사이비 종교와 이단을 구분지었다. 진정한<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목사 또한 “이단은 정통 기독교 교단의 가르침을 왜곡하고 변질되게 가르치는 집단이라면 사이비 종교는 주로 거짓, 기만, 사기의 방법을 동원해 윤리적, 사회통념적, 법적 기준에서 악하거나 문제가 되는 일을 자행하는 집단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이단을 기독교 중심으로 구분했듯, 국내 대다수의 이단은 기독교와 시비가 잦다.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성숙한 종교가 되기 위해 긴 박해의 역사를 가진 타 종교들에 비해 기독교는 유대교의 이단으로 시작해 박해받은 역사가 비교적 길지 않아 이단, 사이비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정통 기독교 교단에서는 정통 교단과 이단을 가르는 기준으로 △비윤리적·반사회적 집단 △예수 재림 주장 △종말론 주장 등을 제시한다. 신천지는 이중에서 이만희 총회장을 재림 예수로 숭배하고 그의 구원을 믿는다는 점에서 주류 기독교 교단 내 이단으로 분류된다. 또한 신천지의 비정상적인 포교 방식, 범죄 행위 등을 이유로 사이비 종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기독교 밖에서 바라본 사이비 종교 
기독교 내에서는 이단과 사이비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반사회적인 주장을 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지 여부를 갖고 나눈다. 그러나 기독교 밖에선 이단과 사이비 종교가 특정 종교 교단 내부에서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라는 해석도 있다. 심형준<서울대 종교학과> 강사는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는 세력이 강한 교단이 교리를 새롭게 해석하는 약세한 교단을 폄하하기 위해 끌고 오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교단 간 세력 구도에서 정통주의나 세력을 가진 집단의 교리를 신생이거나 세력이 약한 교단이 재해석할 때 ‘본래 가르침’을 훼손했다거나 왜곡했다며 그들을 정치적으로 낙인찍기 위해 이단이나 사이비라는 용어를 쓴다는 것이다. 

덧붙여 심 강사는 “일반 종교로 구분되는 기성 종교가 일으키는 사회적 물의는 개인의 ‘일탈’로 치부”되는 반면 “신생 종교는 기존의 가치 체계에 ‘이질적’인 모습이 주목돼 도덕적으로 지탄 받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 단체가 20대에게 접근하는 이유
기독교계에서 말하는 이단과 사이비 종교는 반사회적인 포교 방식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는다. 특히 이들은 20대나 대학생을 타겟으로 포교 활동을 펼쳐 대학사회 내에서 이들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자신이 종교인임을 숨기고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포교 방식을 펼치기도 한다. 양희민<공대 신소재공학부 16> 씨는 “교내에서 학교 선배라 주장하는 두 사람이 종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며 끈질기게 접근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양 씨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비쳤지만, 계속해서 쫓아오는 포교 방식이 불쾌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종교 단체가 20대를 타겟으로 포교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탁 소장은 “학생들은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에 관한 지식이 적어 포교가 쉽고 학생 신도들은 패기와 젊음을 갖고 포교 활동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는 20대 신도를 늘리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심 강사 또한 “포교 성공률과 성공 이후 종교 단체 기여율이 높고 기성 관념에 대한 순응성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해 젊은 사람이 많은 종교 단체의 포교 타겟이 된다”고 전했다. 

종교 단체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
사회적으로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 신자들은 신앙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더욱이 기독교 교단에서 이단이나 사이비로 분류되는 종교 혹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종교 집단에서 비윤리적이고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신도들은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기독교계에서는 기독교 이단과 사이비 종교에 빠진 신도들이 쉽게 자신의 신앙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로 해당 단체가 신도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 목사는 “기독교 이단과 사이비 종교의 경우 교주를 하나님이라고 생각하거나 영생할 수 있다는 등의 황당한 교리를 진심으로 믿게 한다”며 “이런 교리를 믿는 과정은 스스로의 이성으로 판단하는 것을 멈추고 무비판적으로 그들의 교리를 받아들이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규정하는 이단과 사이비 종교만이 유독 빠져나오기 힘든 것은 아니다. 심 강사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집단은 내부적 결속을 중요시하기에 사회적으로 유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사람을 신도로 끌어들여 종교 공동체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덧붙여 심 강사는 “이는 특정 종교 집단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단체나 집단에서도 흔히 보이는 특성”이라고 말한다. 심 강사는 “사람들은 ‘확증편향’, ‘인지 부조화’ 등으로 자신이 신봉하는 가치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잘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며 “종교 집단의 특수성이 아닌 개인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기독교계에서 이단이나 사이비로 규정된 단체에서 신도의 정신 상태를 지배하며 교리를 강요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는 특정 종교 집단에 국한된 문제라고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반사회적 종교 대처법
지난달 서울시는 신천지의 유관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신천지 관련 사단법인의 설립 허가를 취소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서울시는 이 결정을 두고 신천지가 교묘한 위장 포교 활동으로 방역 당국의 조치에 협조하지 않고 방해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돼 있다. 그로 인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종교 집단에 관해서도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탁 소장은 “종교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사이비 종교로 분류된 집단이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에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목사 또한 “사법부는 종교에 관해 기계적 중립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 비윤리적 교리를 가진 종교조차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넘어가왔다”며 이단과 사이비 종교로 분류된 집단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종교와 관련된 사회적인 대처를 종교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개인의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심 강사는 “종교 단체가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통 기독교 교리에서 벗어난 종교 단체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범죄 행위 자체를 처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종교가 사회적으로 일으키는 물의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심 강사는 “전체 시민들의 종교 문제에 관한 비판적 인식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종교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여 종교 단체의 상규에 어긋나는 가르침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 심형준<서울대 종교학과> 강사
진정한<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목사
탁지원<현대종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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