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식이법 논란은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국회의 문제, 책임지고 해결하라
[사설] 민식이법 논란은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국회의 문제, 책임지고 해결하라
  • 한대신문
  • 승인 2020.05.10
  • 호수 1511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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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를 가중 처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제12조 제4항 및 제5항, 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과잉처벌 논란이 일면서 해당 법안의 개정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23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 법 개정 요구 국민청원에 35만 명 이상이 동의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한 초등학교 앞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故김민식 군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법안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로 아이가 사망할 시 운전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에 이르게 하는 경우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제정 추진 당시 많은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았던 법이지만, 실제 시행 이후 뒤늦은 비난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잉처벌’이 비난의 중심 근거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한 해 발생하는 4만9천여 건의 보행자 교통사고 가운데 보행자 과실로 처리되는 경우는 10건에 불과하다. 아무리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보행자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상황을 모두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보행자의 과실을 증명하기 어려워 결국 운전자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식이법은 수많은 운전자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떠안긴다.

논란을 잠재우고, 법의 부작용 발생을 막기 위해 국회는 해당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 뒤늦게 민식이법의 문제가 발견된 것은 입법이 정치적 협상 카드로 사용되고, 여론에 떠밀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처리됐던 해당 법안의 통과 과정 때문이다. 국회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제12조 제4항 및 제5항’ 제정 당시 법의 이름에 피해자 아동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면서 감정을 개입시켰다. 이를 통해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아이를 보호한다’는 법의 원래 목적과는 달리, 정치적 목적이 우선시되면서 대중의 지지를 위해 해당 법은 빠르게 국회를 통과했다.

법치 국가에서는 입법절차에 있어 법의 입법조사에서부터 △법안의 수정과 발의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통과 △본회의에서의 최종의결 △유예기간과 최종 실행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몇 개월 내에 뚝딱 만들어진 민식이법이 논란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과잉처벌 논란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 것에는 법안 제정 당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국회의 책임이 가장 크다. 따라서, 국회는 제정 당시 정치적 이유로 본질이 흐려진 채 졸속 처리된 이번 민식이법의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나아가 앞으로 기본적인 입법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는 더욱 꼼꼼한 법안 검토를 통해 다시는 이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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