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가벼운 시작이 가벼운 끝이 아니길
[취재일기] 가벼운 시작이 가벼운 끝이 아니길
  • 이세영 사진·미디어부 정기자
  • 승인 2020.05.10
  • 호수 1511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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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영<사진·미디어부> 정기자

한대신문 기자로 활동한 지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났다. 알찬 새내기 생활을 꿈꿨던 필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신문사에 들어왔다. 하지만 3학기째 활동하면서 가벼운 시작은 가벼운 끝의 충분조건이 아님을 알게 됐다. 필자는 1년 사이에 다양한 기자 역할을 맡아왔다. 취재일기를 쓰는 동안 머릿속에서 수습기자로 생활했던 지난 1학기, 디자인 기자로 활동했던 2학기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4개월간의 수습기자 생활을 마친 후, 필자는 다른 취재부 기자들과는 달리 집에서 컴퓨터로 그래픽 작업을 했다. 같이 들어온 동료와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기자들 못지않게 힘을 쏟아 기존 신문 기사를 재가공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에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 카드뉴스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집에서 작업하는 게 어디야?’라는 장난스러운 말을 던질 뿐이었다. 하지만 여러 기사를 단 몇 장의 슬라이드로 정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작업 전 기사 내용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디자인을 구상하기까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짧지만 길었던 한 학기 동안의 디자인 기자 활동을 끝내고 필자 이름을 단 기사를 쓰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 사진·미디어부 정기자로 전향했다.

처음엔 수습기자 기간보다 몇 배 더 힘든 시간을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다. 금요일 저녁 시작되는 마감 회의는 토요일 새벽이 돼서야 끝났다. 토요일 새벽, 해가 뜨는 것을 보며 집에 갈 때면 ‘지금 집에 가면 두 시간은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뿐이었다. 매 발간이 끝날 때 마다 스스로 ‘이번 발간까지만 하고 한대신문 나가고 말거야’라고 되뇌었다.

그러나 밤잠과 겨루며 일을 해야 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한대신문 기자로 남아있는 이유는 함께 일하는 한대신문 기자들 때문이었다. 기자들은 각자의 고된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서로에게 따뜻한 태도로 대하는 모습에 필자는 적잖이 감동했다. 필자가 생각한 것보다 기자들은 훨씬 더 열정적이었으며 이로 인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한대신문은 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필자에게 가능성의 문을 열어줬다. 에브리한 기사 작성을 위해 음악가, 작가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 자신이 성장하는 게 느껴졌다. 이와 더불어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 완성한 글을 볼 때 느끼는 행복을 통해 글에 대한 책임감과 글이 나오는 순간까지 인내하는 시간을 배우고 있다.

남은 발간까지의 여정이 어쩌면 지난 시간보다 더 가파르고 힘든 오르막길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필자의 이름을 단 기사가 나온다는 것에 책임감을 갖고 한대신문 기자로서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를 이번 한 학기를 열심히 해내고 싶다. 흘러가는 과정의 끝이 시작과 같이 가볍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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