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당연시 여기던 것들을 되찾기 위해
[아고라] 당연시 여기던 것들을 되찾기 위해
  • 박용진<사진·미디어부> 정기자
  • 승인 2020.05.03
  • 호수 1510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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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사진·미디어부> 정기자

지난달 30일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지난 2월 18일 이후 72일 만에 0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시작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된 이후의 성과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방역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황금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지난달 29일 하룻동안 제주도로 향한 사람의 수가 4만 명을 넘었다. 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라는 사실이 무색해 보인다. 

더욱이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연휴가 끝남과 동시에 해제될 거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개학 시기를 논하거나 생활 방역까지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심은 코로나19가 엿보고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최근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발병 초, 강력한 대응으로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며 국제 사회로부터 ‘코로나19로부터 방역에 성공한 나라’로 꼽혔다. 

그러나 안심한 싱가포르는 학교 개학을 결정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방역 모범국에서 방역 실패국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방심의 결과는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물론 불편하고 답답하다. 필자도 하루 빨리 평범했던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다.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기침을 해도 눈치 보지 않았던 일상으로 말이다. 

필자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이런 평범했던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두 달 가까운 시간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하게 지키며 당연했던 일상생활을 포기해야 했고,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달에 비해 확진자 증가 추세도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종식이 선언되기 전이기에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방심이 불러온 안일한 결정은 우리의 답답함과 불편함을 연장할 수 있다. 

‘72일 만에 코로나19 감염자 수 0명’이라는 쾌거는 단순히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우리 국민들의 높은 의식수준과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노력이 결합된 결과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 속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들을 제대로 되찾기 위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현재의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방심이 불러일으킨 섣부른 선택과 판단이 우리의 일상을 다시 앗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방심이 불러올 역풍을 피하기 위해 우리 국민 모두의 노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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