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된 대학가 자취방, 그 짐 혼자 짊어지고 있는 대학생들
'애물단지'된 대학가 자취방, 그 짐 혼자 짊어지고 있는 대학생들
  • 조하은 기자
  • 승인 2020.05.03
  • 호수 1510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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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대학생 주거문제 심화
평소에는 방학 직전에야 올라오던 대학가 자취방 ‘단기임대’ 글이 온라인 수업 이후로 각종 커뮤니티에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자취방에서 생활할 이유가 없어진 학생들이 월세 부담이라도 덜기 위해 단기 입주자를 구하는 것이다. 반면 일부 대면 수업이 실시되며 거주 공간이 필요해진 학생들은 급하게 입주할 곳을 찾고 있다.

이런 상황을 대변하듯 지난달 3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학생 6천261명 중 1천920명(30.7%)이 개강 연기에 따른 피해로 ‘주거 불안’을 꼽았다. 이희승<언정대 광고홍보학과 19> 씨도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가 지속되면서 학교 근처 자취방을 방치해둔 채 본가에 내려가 있다”며 “자취방을 사용하지 않는데도 계속 월세를 납부하고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애매한 온라인 수업 기간, 문제 악화
일부 학교의 온라인 수업 기간에 대한 불확실한 결정은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우리 학교를 비롯한 일부 대학은 온라인 수업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이에 학생들은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대면 강의에 대비해 ‘빈 방’이라도 기약 없이 잡아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캠 학생 A씨는 “‘코로나19 상황 안정기’라는 애매한 오프라인 개강 기준과 더불어 일부 시험은 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자취방을 비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발이 묶인 학생들을 고려해서라도 온라인 수업 기간에 대한 학교의 확실한 공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ERICA캠 학생 B씨도 “언제 대면 수업이 시작될지 알 수 없어 4월 초까지 자취방에서 생활하다 본가로 돌아온 상황”이라며 “대면 수업이 시작될까봐 방을 빼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생활비를 더 쓰면서 자취방에 머물면 경제적 타격이 크다”고 전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자취방에 입주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자취방을 처리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무기한’이라는 끝을 알 수 없는 온라인 수업 연장 방식에 대해 우리 학교는 본지 1508호 ‘온라인 수업, 학생들은 여전히 불만족’ 기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코로나19가 언제 안정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오프라인 개강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 방식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악화하고 있다. 반면, 일부 대학은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한 결정을 내렸다. 서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를 비롯한 일부 대학은 학생들의 혼란 방지 및 주거 문제 개선을 위해 온라인 수업 기간을 ‘1학기’로 확정했다. 최근 우리 학교는 일부 수업이 대면 수업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대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대면수업으로 인한 지방 출신 장거리 통학생들의 주거 문제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는 있지만, 앞서 언급한 타 학교의 확실한 대응에 비해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엔 부족해 보인다.

혼란만 주는 오프라인 개강, 시기상조
학교의 오프라인 개강 결정으로 혼란에 빠진 학생들도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8일을 기준으로 오는 4일 이후 5월 안에 대면수업 시작 예정일을 정해놓은 학교는 73개교다. 일부 대학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졌지만 오프라인 개강 결정은 시기상조라는 학생들의 주장과 학교의 입장이 상반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불확실해진 오프라인 개강 결정은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심화한다.

한 예로, 동국대학교는 이달 11일부터 대면 수업 실시를 결정해 총학을 중심으로 많은 학생들이 반발했다. 그러나, 동국대 측은 이런 학생 민원에 대해 ‘5월 초 생활방역 전환 여부와 연계해 결정 예정’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아 학생들의 주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송민기<동국대 지리교육과 16> 씨는 “학교와 학생의 입장이 계속해서 대치되고 있는 상황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학교가 공식 입장을 번복하면서 거주지, 아르바이트 등 장기적인 계획을 짜는 데 차질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책 존재하지만, 해결에는 역부족
코로나19로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학생이 늘자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특별장학금 형태로 대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장학재단은 지난달 13일부터 코로나19 기부금을 통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긴급지원을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지원 가능 대상이 일정 소득 분위 기준과 더불어 대구, 경북 지역 등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특별재난지역에 거주하는 대학생으로 한정돼 있다. 지원 가능자가 일부 지역 거주자로 제한되는 탓에 많은 학생의 짐을 덜어주진 못하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한 제도를 제외하면 대학생들을 위한 다른 지원 방안은 전무하다. 현재까지 코로나19 기부금을 통한 긴급지원을 제외하고는 한국장학재단이 마련한 대학생 대상의 코로나19 관련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 학교 차원에서 마련된 대책 역시 부재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캠 관계자 C씨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대책을 논의 중이지만, 코로나19 관련 특별장학금은 현재 논의된 바 없다”고 답했다. 코로나19 관련 특별장학금에 대한 논의가 없는 사유에 관해 C씨는 “현재는 교내 방역과 온라인 수업 시스템 개선이 더 급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C씨는 “다만 이번 학기 교내 장학 신청 기간을 연장해 학생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RICA캠 학생지원팀은 코로나19 관련 특별지원금에 관한 답변을 회피했다.

이제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한 때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뒤덮은 이후 발생한 피해를 모두 해결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주거난 문제는 다른 문제에 가려져 아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많은 학생들이 애물단지가 돼버린 자취방이라는 짐을 혼자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학교를 비롯해 국가기관에서는 대학생들이 겪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도움: 고다경 기자 dakyu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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