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한다는데...
레바논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한다는데...
  • 한대신문
  • 승인 2006.09.17
  • 호수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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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국문대·문인> 교수
레바논에 명목상의 평화가 찾아왔다. 그런데 이 평화는 34일간 계속된 이스라엘의 폭탄비를 피해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의 위한 잠시의 침묵일지 모른다. 내전 종식 후 겨우 일구어놓은 지난 15년의 사회 인프라가 물거품이 되어 날아갔다. 무엇보다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1천명이 넘는 무고한 생명이 희생당한 댓가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레바논 남부 셰바 팜스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 지난 8월 14일 헤지불라의 무장해제를 전제로 어정쩡한 휴전이 발효되었지만, 합법적인 정당이요 남부 레바논 주민들의 희망인 헤지불라는 무장해제를 할 의사도 명분도 없다. 이스라엘이 자국의 영토를 점령하고 있는 한 그들의 몰아내기 위한 투쟁을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묵인 속에 진행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1차적으로 시리아를 압박하고, 궁극적으로는 중동 최대의 반미축인 이란을 공격하려는 시나리오의 시작이라는 것을 많은 중동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는 이스라엘과 헤지불라 사이의 갈등만이 존재하는 단순한 분쟁지역이 아니다. 어쩌면 향후 전개될 가장 복잡하고 거대한 미국의 대중동프로젝트의 실험장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러한 레바논에 우리 정부는 유엔 평화유지군의 이름으로 파병을 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유엔 사무총장 후보까지 낸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그에 걸 맞는 행동과 책무를 다해야 된다는 명분도 그럴싸하다. 이번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정에서 유엔은 무력했다. 불법으로 침공과 민간인 학살에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레바논 사람들에게 그런 유엔이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인가?
파병 대신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장기적인 국익을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은 불가능한 것인가? 길가는 레바논 남부 사람 100명을 붙들고 물어보자. 당장 한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고? 평화유지군을 파견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1명이나 제대로 있을까? 모든 것이 무너진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살고 싶다고 절규할 것이다.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죽어가는 우리 아이에게 주사 한 대만 놓아달라고 애원할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해주면 안 되나?  
평화유지군 파견 경비 x 10배쯤 해서 그냥 그들을 지원하면 어떨까? 아무 생색도 내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의 이웃으로서 아픔을 공유하는 최소한의 인류애로 그들을 도와주자. 그리고 아무런 반대급부도 바라지 말자. 내가 보기에는 이것이 훨씬 큰 파급효과로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역량 있는 문화민족으로 돋보이는 자세일지도 모른다. 중동 아랍인들이 생각하는 코리아 브랜드는 서구에 휘둘리지 않고 전통가치를 지키면서도 첨단기술과 경제발전에 성공한 부러운 나라다. 그리고 한국을 사랑한다.
우리가 군대 대신 평화봉사단을 보냈을 때, “우리가 힘들고 지쳤을 때 우리 옆에는 꾸리(한국)가 있었다“고 그들은 대를 이어 우리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번영을 위해 그들의 신께 진정으로 기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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