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그리는 예술, 3D 펜
허공에 그리는 예술, 3D 펜
  • 정채은 기자
  • 승인 2020.05.03
  • 호수 1510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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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33만 명(2020년 5월 1일 기준)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사나고’의 중심 콘텐츠는 3D 펜으로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영상에서는 △기미독립선언서 △소녀상 △피규어 △깨진 돌·담벼락 보수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이외에도 3D 펜은 여러 방면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 유튜버 '사나고'가 3D 펜을 활용해 독도 다리를 만드는 모습이다.

3D 펜은 3D프린터의 원리와 매우 흡사하다. 펜을 작동하면 고온의 열로 플라스틱 필라멘트가 녹는데, 이를 이용해 원하는 입체 모양을 만들 수 있다. 고가인 3D프린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3D프린터에서 요구되는 복잡한 컴퓨터 그래픽·모델링 과정도 필요 없기에 누구나 쉽게 입체적인 물체를 만들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3D 펜의 활용 범위는 다양한 곳으로 확장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공간지각 능력 △집중력 △창의력 △표현력 향상을 위한 교구로 사용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3D 프린팅을 가르치는 문용재<펀펀쓰리디> 박사는 “3D 펜의 특성상 한번 시작하면 녹은 필라멘트가 물처럼 나와 쌓이기 때문에 손을 일정한 속도로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 박사는 “3D 펜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나는 프린팅의 원리까지도 이해할 수 있어 교육 목적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효과 덕분에 실제로 △과학체험관 △도서관 △학교 등의 기관에서 앞다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3D 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3D 펜은 △건축물 △원예 △인테리어 △일상 소품 등의 제작 분야에서도 필요에따라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3D 펜의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이 입증되기 시작했는데, 2014년 홍콩 디자이너 ‘쉬고’는 패션계 최초로 3D 펜만을 활용해 드레스를 완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박사는 “3D프린터보다는 하위 기술이지만, 3D 펜을 이용해서도 3D프린터에 가까운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3D 펜이 시장에 등장한지 얼마 안 된 만큼 시대 흐름에 맞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3D 펜에 사용되는 필라멘트는 합성수지인 ABS 플라스틱 소재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PLA와 같이 친환경 플라스틱 필라멘트 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재질, 색깔 등 다양한 특성의 필라멘트도 개발 단계에 있다. 문 박사는 “3D 펜이 소재·재질의 한계를 넘어서면, 공예를 넘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3D 펜의 발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3D 펜은 아직 교구계 새내기지만,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3D 펜이 언젠가 3D 프린팅 세계의 선두에 서서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분야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만능 펜이 되길 기대해 본다. 

도움: 문용재<펀펀쓰리디> 박사
참고 문헌: 박근수, 하지수, “3D 펜을 활용한 융합적 감성의 현대 의상디자인 연구 -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서체를 응용한 창작의상 작품 제작을 중심으로”, 기초조형학연구, 2019, 20권 4호, 159-176쪽.
사진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emUlHFWcH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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