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v코로나19와 기부, 당신의 기부금은 안녕하십니까
[칼럼]v코로나19와 기부, 당신의 기부금은 안녕하십니까
  • 박란희<더퍼블리카> 대표
  • 승인 2020.04.19
  • 호수 150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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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더퍼블리카> 대표

 


“기부할래? 세금 낼래?” 

누군가 당신에게 돈 100만 원을 거저 주면서 이렇게 묻는다면? 필시 대부분은 기부를 선택할 것이다. 똑같이 공적인 목적을 위해 쓰이건만, 기부에는 ‘자유의지’가 포함돼있다. 특히 긴급재난이 발생하면, 기부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코로나19 사태에는 2450억 원 가량의 기부금이 모였다. 우리나라 긴급재난 역사상 가장 많은 기부금이다. 대구지하철 참사 670억, 세월호 참사 1273억, 포항 지진 384억, 강원도 산불 560억 등 과거 사례와 비교해보면, 역대 최단기 최고액이라 할 만 하다. 

한데 이번 코로나19 기부 현장에서 몇 가지 이슈가 터져 나왔다. 먼저 신천지가 기탁한 120억 원을 받을지 말지를 둘러싼 ‘기부금 윤리’ 문제다. 법적‧도덕적인 이슈가 발생한 기관의 기부금을 받지 않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 미국 MIT 미디어랩의 2019년 기부 스캔들만 봐도 그렇다. MIT는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기부금 170만 달러(약 20억 원)를 몰래 받아온 것이 드러났다. 미성년자 36명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됐던 금융계 거물 엡스타인은 하버드, MIT 등에 거액을 기부하며 이미지 세탁을 해 왔다. 하버드대는 엡스타인으로부터 1998년부터 2007년까지 900만 달러(약 110억 원)를 기부 받았다. 기부금을 받는 NGO, 대학, 병원이라면 당연히 기부금품 수령 거절조항을 명문화해야 할 것 같지만, 국내에도 이를 명문화한 곳은 많지 않다. 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KT&G나 강원랜드, 혹은 다단계회사의 100억 기부금을 받을지 말지 누가 결정할 수 있겠는가.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기부금 윤리 기준을 세워나갈 필요성에 직면하게 됐다. 

다음은 ‘기부금 액수’ 문제다. 배우 이시언은 자신의 SNS에 100만원 기부 인증샷을 올렸다. 하지만 “겨우 100만원 내고 생색내느냐”며 악플에 시달렸다. 언젠가부터 네티즌들은 연예인들의 성금 액수를 비교해 줄을 세운다. 강원도 산불 당시 유재석의 5천만원 기부를 두고서도 “버는 돈에 비해 적다”며 악플이 줄을 이었다. 기부액수가 부각되는 언론보도, 기부금을 강요하는 네티즌의 압력 등은 기부문화에 악영향을 준다. 기부하고도 욕먹는, 혹은 욕먹을까봐 기부하는 세태는 분명 사라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부금 투명성’을 둘러싼 문제다. 3월초,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 대구에 기부된 기부금 사용내역 진상 규명 바랍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미르‧K재단, 어금니아빠 등 기부금 사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이후 우리 사회는 기부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 1위는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60.7%)’였다. 기부금을 쌓아둔 채 빨리 배분하지 않는 사태에 대한 비판여론 때문인지, 이번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국재해구호협회’, ‘대한적십자사’에서 매일 업데이트해가며 집행액과 내역을 공개한다. 현재 모금액 중 60% 가까이 집행했다. 기부금은 많이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한해 예산에 맞먹는 500조원의 기부 강국인 미국엔 비영리기관 투명성과 성과를 측정하는 분석기관만 해도 가이드스타, 채리티 네비게이터, BBB와이즈기빙얼라이언스 등 170여개에 달한다. 우리나라 기부금은 한해 12조원 규모다. 국내에도 국세청 홈페이지, 한국가이드스타 등에 공익법인들의 기부금에 관한 공시자료가 공개돼있다. 

기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낸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누구나 와치(watch)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코로나19 기부 이후에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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