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댓글, 생각하고 씁시다
[사설] 댓글, 생각하고 씁시다
  • 한대신문
  • 승인 2020.04.19
  • 호수 150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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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댓글은 세대, 지역, 성별 등으로 인한 사회 갈등을 조장하며 사이버 여론 조작의 주전장(主戰場)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상대를 향한 비난과 왜곡된 정보를 담은 댓글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해 왔고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댓글로 인한 폐해로 시달려왔다. 지난해 잇따른 연예인 자살 사건으로 그 단초가 온라인 기사 댓글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내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은 연예 기사 댓글을 폐지했다. 뿐만 아니라 연이은 국정원·국방부 여론조작 사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온라인 기사 댓글이 여론의 바로미터라는 통념은 깨진 지 오래다.

댓글로 인한 폐해는 댓글실명제 도입에 대한 논의를 키웠고 그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포털사이트에서는 댓글 실명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표현의 자유 위축, 개인정보 수집 우려 등의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아 무산됐다. 

네이버는 지난달 19일 온라인 기사에 댓글을 단 이용자의 프로필 사진, 닉네임, 작성했던 댓글 등을 공개하도록 댓글 시스템을 개편했다. 시스템 개편을 통해 이용자가 작성한 댓글의 내용과 개수, 최근 30일 동안 받은 ‘공감’ 표시 비율 및 최근 삭제한 댓글 비율이 공개됐다. 네이버는 “악성 댓글 및 어뷰징 시도를 줄이고 댓글 본래의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댓글이력공개 제도의 시행 의도를 밝혔다. 현재 도입된 댓글이력공개는 정보의 공개와 투명성 강화라는 측면에 초점을 둔 정책으로 온라인 기사 댓글의 자정 효과가 기대된다.

시행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본인이 쓴 댓글을 누구나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이전보다 정제된 상태의 댓글이 달리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직설적인 욕설과 비방 등이 담겨 ‘규정미준수’로 삭제된 댓글은 댓글이력공개 시행 이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댓글 통계에 따르면 댓글이력공개 제도 시행 이후 25일간 규정미준수로 삭제된 댓글은 2만4천563개였다. 댓글이력공개 시행 직전 25일간 규정미준수로 삭제된 댓글이 9만2천971개였던 것에 비교하면 무려 74%나 감소했다. 전체 댓글 수도 37%가량 줄었고 본인 스스로 삭제한 댓글은 54%나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댓글 이력이 공개되면서 신분을 바꿔가며 작성했던 댓글이 드러났다. 또한 익명이라는 가림막 뒤에 숨어있던 사람들의 댓글이 남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왜곡된 정보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어긋난 잣대로 남을 평가하는 악플러들이 정작 본인이 평가받는 것은 두려워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감을 갖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온라인 기사 댓글이 순기능을 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건강한 공론장(公論場)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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